'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롯데그룹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0일이 넘는 검찰 수사에 이어 장기간의 재판 과정이 남아 있는데다 그동안 거론된 의혹들을 해소하고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까진 갈 길이 멀다.
법원은 29일 175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신 회장은 전날 오전 법정에 들어서며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영장전담 판사는 그의 소명을 수용해 결국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롯데와 신 회장의 앞날에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신 회장은 우선 △총수 일가에 계열사 급여를 챙겨주며 회사 자금 500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 △롯데시네마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 및 롯데케미칼 소송 사기 등 계열사 의혹 전반에 관여했다는 혐의들을 벗어야 한다.
피의자 신분인 롯데정책본부 황각규 운영실장(사장)과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을 비롯해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등 계열사 사장들에게 내려질 법률적 판단도 기다려야 한다.
롯데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룹의 2인자인 고(故) 이인원 전 정책본부장(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핵심 임원들이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등 인적 손실이 많았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 기간 중 여러 차례 불거진 '조기 인사설'에 대해 계속 부인했다. 검찰 수사가 끝나야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검찰이 곧 수사를 종결하고 신 회장 등을 기소하면 이후로는 법원 판단만 남겨두게 돼 신 회장과 롯데그룹의 운신의 폭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다.
신 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직의 쇄신이 아니면 안정을 택할 것이고, 필요에 따라서는 12월 정기 임원인사 시기를 보다 앞당길 수 있다. 여느 때보다 신 회장은 고심하겠지만 비상한 대책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조직의 안정과 쇄신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장기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과 강도 높은 검찰 수사, 일본 기업 논란 등 롯데 조직은 상처로 깊이 곪아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그룹 재건 수준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신 회장은 결단력 있게 인사 조치를 내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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