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연금

머니투데이 유지송 신한금융투자 연금기획부 팀장 | 2016.09.28 14:06

[머니디렉터]유지송 신한금융투자 연금기획부 팀장

최근 경주에서 진도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유례없는 지진의 영향으로 한반도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 한반도가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건 여러 역사문헌의 기록에서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진은 우리와 상관없는 '강 건너 불구경'일 뿐이었다.

지진피해가 있자 사회적으로 건축물에 대한 지진피해 점검과 내진설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개인이 숙지해야 할 지진 시 대피 요령이 안내되고 생소하기만 한 '지진가방'이 소개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기에 지진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현실이 된 것이다.

연금 지진에 대한 준비를 연금으로 바꿔 생각해보자. 노후에 대한 준비도 지진에 대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지진가방과 내진설계 건축물, 지진대피 요령 등을 숙지해 지진의 피해에 대비하는 것과 같이 당장에는 불필요한 연금을 가입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노후라는 지진에 대한 준비라고 할 수 있다.

지진 피해의 확률만 고려한다면 어쩌면 지진에 대한 준비는 굳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올 노후는 다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과 달리 노후에 대한 준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에 불과하고 국민연금 고갈은 수시로 때마다 단골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금융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활동 인구(16~64세) 중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자발적으로 사적연금에 가입한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게다가 연금가입 유지율을 보면 2명 중 1명은 10년을 못 채우고 해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후라는 지진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잘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을지언정 노인으로 살기 위한 준비는 누구라도 필요하다. 대홍수에도 불구하고 신의 계시에 따라 방주를 만들어 살아남은 '노아'처럼 노인으로 사는 나라는 결국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연금은 노후라는 지진에 대비하는 여러 생존방안 중 하나다. 지진에 대한 준비가 불확실성에 대한 준비라면 연금은 확실한 미래의 위험에 대한 준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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