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구멍 송송?…"조속한 입법 보완 이뤄져야" 목소리도

뉴스1 제공  | 2016.09.28 07:20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중구 해우리 시청점에서 '란이한상' 메뉴를 소개하는 배너가 설치돼있다. © News1 황기선 기자
28일 전면 시행되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은 법 자체에 처벌을 '회피'할 수 있는 요소들을 품고 있어 조속한 입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직업을 갖고 있을 경우 식사비나 경조사비 등 사적 인간관계까지 강하게 규율하고 있지만 예외조항 등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 당신의 '8촌'은 누구? … 금품 전달 우회로로 '친족'활용 가능성 열어둬

김영란법을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직자 등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입증돼도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뇌물범죄로 처벌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벤츠검사'가 친분관계에 있던 변호사로부터 명품가방 등을 받았음에도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정의'와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결론이 내려지기도 했다.

김영란법은 이러한 '괴리'를 해결하고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오늘(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가성'이 없어도 공무원 등이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김영란법은 공무원이 금품 수수를 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 '예외'도 따로 정해두고 있다. 모든 금품수수가 부패와이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정당한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까지 처벌대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김영란법은 8조(금품 등의 수수금지) 2항에서 공직자 등이 금품을 수수할 수 있는 8가지 예외를 정하고 있다.

문제는 법이 정하고 있는 예외 가운데는 "공직자 등의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등"도 해당된다는데 있다. 예외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친족'은 민법규정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8촌 이내의 친척을 뜻한다.

현대사회에서 8촌을 '가족'으로 보기에는 너무 먼 사이다. 당장 머리속에 8촌을 떠올려 보면 웬만해선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상 '남'과 다르지 않다.

법이 '친족'으로 정하고 있지만 가까운 친구보다 친밀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입법목적을 달리하는 '민법' 규정을 그대로 준용하면서 '친족'으로부터의 대가성 금품수수마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흠결이 있다. 또 공직자 등에게 금품을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공직자 등의 '친족'을 '우회로'로 악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또 김영란법 9조 1항 2호는 "공직자 등이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 금지 금품 등을 받거나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가족'이 아닌 '배우자'로 신고대상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에 '친족' 규정과 유기적으로 작용하면, 부모님이나 자녀가 금품을 수수해서 전달하거나 먼친척을 통해 금품을 건네는 경우는 완벽하게 김영란법을 비껴갈 수 있게 된다.

김영란법을 지탱하는 두 축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의 금지다. 이는 공직사회의 '불가 매수성'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이러한 입법목적을 지니고 있는 김영란법이 법 자체에 금품제공의 우회로를 설정하고 있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장애가 될 수 밖에 없다.

◇ 김영란법 곳곳 등장하는 '사회상규' … 판단기준과 판단권자는?

김영란법 곳곳에는 '사회상규'라는 말이 등장한다. '사회상규'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사회상규'의 개념을 대법원의 판례 등을 통해 추출해 적용해왔다.


김영란법은 청탁이나 금품을 수수 했더라도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게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사회상규'에 해당되는 것으로 정해둠으로써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와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은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다.

'청탁'과 '금품수수'가 정당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경우를 법에 일일이 나열해 '예외'로 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상규'를 통해 가급적 다양한 '예외'를 허용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처벌의 예외가 되는 '사회상규'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있다.

공직자 등이 김영란법을 위반하면 소속기관 또는 그 감독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물론 감사원 또는 수사기관과 김영란법의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할 수도 있다.

신고를 받거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신고를 이첩받은 기관은 관련 내용을 조사, 감사, 수사할 의무가 있다. 즉 김영란법 위반으로 신고된 모든 사건이 바로 법원의 판단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법원의 판단 이전에 신고를 받은 기관이 공직자 등이 청탁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사회상규'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판단권자'가 누군지도 명확하지 않다. 신고를 받은 소속기관의 장인지 신고대상 공직자 등의 소속 부서장인지도 명확히 정하고 있지 않다.

'사회상규'에 해당하는 사안을 일일이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라도 '사회상규' 해당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원칙,원리 등은 마련돼 있어야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준비작업마저도 녹록지 않다. 또 소속기관장 등이 일정한 기준 없이 '사회상규' 해당 여부를 판단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제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논란’ 등이 일수 밖에 없는 구조다.

'사회상규' 부분이 모호하다고 김영란법 위반 신고 사안 모두를 법원으로 들고 가 판단을 구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또 현실적으로 법원이 김영란법 위반 신고사건 전부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공기관, 법원, 검찰은 물론 기업까지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소속직원들의 김영란법 위반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결국 실제 김영란법 위반행위 신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준비는 미흡하다.

결국 김영란법이 '공직사회 부패근절'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비되고, 관련 방안들이 제대로 마련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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