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엇갈린 1·2심 판단…이완구 前총리 무죄 이유는?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 2016.09.27 15:02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진=뉴스1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66)가 1심과 달리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성완종 리스트' 등에 대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남긴 메모, '성완종 리스트'와 그가 한 일간지 기자와 나눈 인터뷰 내용에 증거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는 1·2심 재판 진행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재판에 나와 진술을 해야 할 사람이 사망하는 등의 이유로 진술을 할 수 없을 때는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그 진술 등이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 피고인의 반대 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방어권에 제한이 있는 만큼 진술 등에 대한 증거 능력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1심은 성 전 회장의 생전 남긴 진술이 특신상태에서 행해졌다고 보고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반면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성 전 회장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가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 대한 반감으로 허위의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일간지 기자와 인터뷰를 할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의 배후가 이 전 총리라고 생각하고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과 진술에 구체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성 전 회장이 금품 공여 일시에 대해 "지난번 보궐선거 때 한나절 정도 선거사무소에 가서 돈을 줬다"고 말했지만 언제인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부 금액에 대해서는 성 전 회장이 "한, 한, 한 3000만원"이라고 말했는데 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진술과는 차이가 있고, 단순한 언어적 습관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다른 6명의 정치인들은 이름과 함께 금액이 기재돼 있지만 이 전 총리의 이름 옆에는 금액이 기재돼 있지 않은 점도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같은 증거에 대해 △성 전 회장이 먼저 녹음을 요청한 것은 자신의 진술 내용이 검증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점 △진술 내용의 전체적 구성과 흐름, 문답의 전개방식 등이 자연스러운 점 △명예를 중시했던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증거 능력을 부여하고, 유죄 판단의 증거로 사용한 바 있다.

이날 판결을 놓고 너무 엄격하게 법리를 적용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증거 능력과 관련한 특신상태에 대한 해석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최대한 엄격하게 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이와 관련한 논란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이 전 총리는 27일 무죄가 선고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심려를 끼쳐드려 마음이 송구스럽다"며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법리 판단에 대한 입장이 달라 상고심에서 다시 다툴 필요가 있다"며 "판결문을 받아보고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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