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살 일, 아무것도 하지 마라"…주요 그룹 '김영란법' 대처법

머니투데이 산업1부(정리)=오동희 기자 | 2016.09.28 05:59

구체적 사례 없어 '신중에 또 신중' 최대한 보수적 접근… 내부단속 강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 장면.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아무 것도 안할 것이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할 것이다."

영화배우 유혜진이 나온 모 카드사 광고의 카피가 아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둔 기업들 표정이다.

기업들은 사장단이나 계열사별 직원 대상 설명회를 대부분 마무리하고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납작 엎드려 있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구체적 행위에 대한 위법 여부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식사자리까지 자제하며 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A 기업 사장은 "앞으로 얼굴 보기 힘들어지게 됐다"며 "당분간은 서로 안보는 것으로 하자"고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일단 의심 살 일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조금이라도 헷갈리거나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일이면 법무팀에 물어보고, 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특히 김영란법의 양벌규정을 감안, 직원 내부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 법무팀을 중심으로 김영란법 관련 임직원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권익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상세하게 내놓았기 때문에 그룹 차원에서 별도로 만든 행동지침은 없다"며 "대신 업무 관련자 등을 중심으로 법무팀이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삼성 사장단은 수요 사장단 회의 직후 김영란법 관련 교육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방송 및 인트라넷 등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김영란 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영란법도 '준법경영'의 테두리 안에서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사내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과 접촉하는 유관 부서 직원들이 참석했다. 법무팀에 전화나 이메일로 언제든 문의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을 만나는 대관·홍보팀들은 특히 김영란법을 숙지하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지난달 말 김영란법 주요 내용과 관련해서 Q&A(질의응답) 및 체크리스트 등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지난달과 이달 주요 사업장 임직원들 대상의 설명회를 진행했다.

법 시행에 맞춰 사내 윤리경영 실천지침을 보완하고, 회사 및 부서별로 자율적인 스터디도 진행하게 했다. 주요 계열사 업종 특성상 공공기관과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준법지원관리 체계 및 감사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청탁금지법 담당 직원 및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본사뿐 아니라 이천, 청주 등 사업장별로 설명회를 열었다. 대관, 홍보 등 직접 연관이 있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별도 집합교육을 실시했다. C레벨 임원에 대해서도 임원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법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LG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별도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각계열사들이 임직원 교육 등을 자율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정도경영센터 주도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을 실시했다. 사장단 등 고위 임원들도 같은 방식의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법무팀 내 김영란법 관련 전담 창구를 마련했고, '기본준수를 위한 임직원 가이드'라는 제목의 소책자를 제작해 배포했다. 지난 8월부터 서울·구미·파주 사업장에서 김영란법 관련 집합·전파교육을 실시했다.

GS그룹도 각 계열사별로 본사 및 지방사업장에서 임직원 설명회를 개최하고,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필독공지사항을 계속 게재하는 등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법무부서에 담당자를 지정하고, 법과 관련된 문의사항을 신속히 회신하기 위해 헬프 데스트 및 신고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포스코 그룹은 3만원 이하 식사라 하더라도, 업무 연관성이 있는 부서원의 경우 공무원 및 언론인과의 접촉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는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화 그룹은 기존 법무팀과 준법지원인제도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윤리경영 TFT(태스크포스팀)를 만들 계획이다. TFT는 현업부서에서 겪을 수 있는 김영란법 관련 Q&A에 대응하는 상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내설명회도 3~4회 실시했다.

한진 그룹은 외부변호사를 초빙해서 팀장 이상 보직자 전원을 대상으로 소집교육을 실시했다. 또 법무실 주관으로 전직원 대상으로 김영란법 관련 1시간 분량의 온라인 교육도 진행했다.

LS그룹은 그룹 법무팀이 각 계열사 법무팀과 함께 협력해 김영란 법 대응 준비를 하고 있고, 동부그룹은 각 계열사 법무팀 주도로 김영란법 교육을 실시했다. 그룹 관계자는 "별도의 사례집이나 신고센터 등은 현재 없지만 앞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들이 잘 몰라서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이날 김영란법 사례집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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