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롯데그룹에 없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6.09.27 03:30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70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다. 불구속 기소를 기대했던 롯데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초비상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이래 이미 수조원대 투자가 중지됐고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해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올스톱'됐다. 유통업계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롯데는 옴짝달싹을 못하고 있다.

신 회장 부재가 더욱 곤혹스러울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2인자'의 부재다.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은 수사에 대한 압박감으로 애석한 죽음을 선택했다. 검찰 수사에 어려움이 더해졌거니와 수장없는 롯데의 막막함도 커졌다.

신 회장이 기댈만한 오너 일가 구성원도 없다.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구속됐고 경영권 분쟁 상태인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역시 기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신 회장이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최악의 경우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사회, 주총을 열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단독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신 전 부회장을 해임한 신 회장이 의결권을 일본인 경영진에 넘겨주며 자초한 부분이 있다. 쓰쿠다 대표,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과반 이상 의결권을 갖고 있다.

또 한국 롯데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3.8%를 이 일본 롯데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신 회장이 한국 검찰의 칼끝이 닿지 않는 일본인 심복들에게 향후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권한과 역할을 넘겨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 롯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어준 것임에는 틀림없다. 우려보다 나은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롯데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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