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가 진행된 이래 이미 수조원대 투자가 중지됐고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해 그룹 지배구조 개선작업도 '올스톱'됐다. 유통업계 경쟁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롯데는 옴짝달싹을 못하고 있다.
신 회장 부재가 더욱 곤혹스러울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2인자'의 부재다.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은 수사에 대한 압박감으로 애석한 죽음을 선택했다. 검찰 수사에 어려움이 더해졌거니와 수장없는 롯데의 막막함도 커졌다.
신 회장이 기댈만한 오너 일가 구성원도 없다.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구속됐고 경영권 분쟁 상태인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역시 기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신 회장이 구속되거나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최악의 경우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이사회, 주총을 열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단독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신 전 부회장을 해임한 신 회장이 의결권을 일본인 경영진에 넘겨주며 자초한 부분이 있다. 쓰쿠다 대표,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과반 이상 의결권을 갖고 있다.
또 한국 롯데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3.8%를 이 일본 롯데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롯데그룹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신 회장이 한국 검찰의 칼끝이 닿지 않는 일본인 심복들에게 향후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권한과 역할을 넘겨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국 롯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어준 것임에는 틀림없다. 우려보다 나은 상황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롯데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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