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몰래 스마트폰 복제 안된다…'있으나마나' 규정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6.09.27 05:32

[the300][런치리포트-디지털포렌식 조사의 그늘]②과잉 압수·참여권 고지 거부 등 관리감독 '엉망'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는 사진과 동영상, 클라우드까지 정보의 저장 범위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어 수사 증거 수집을 내세워 무분별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면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의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게 된다. 경찰 역시 '디지털 증거 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고 '전자정보 압수∙수색 관련 증거능력 유지를 위한 유의사항'을 일선 경찰서에 하달해 부작용 방지에 나섰지만 수사 현장에서는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카톡 수사에 사진·동영상까지 모조리 압수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과 관련해 수사 사건과 관련성있는 대상에 한해서만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압수수색 역시 형사소송법 106조 3항에 따르면 정보가 저장된 디지털 기기에서 사건과 관련된 정보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수사에서는 상당수의 경우 수사기관이 디지털 기기를 압수해 그 안에 들어있는 데이터를 통째로 뒤져보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 과잉 압수수색 논란을 낳는다. 경찰 등 수사기관 측에서는 디지털 증거는 일반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복제나 출력 전까지는 증거로서 판별하기 어렵고 정보통신망으로 연결돼 다양한 형식으로 분산돼 있어 압수수색 대상 범위를 설정하기 모호하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압수수색 영장 역시 디지털 기기 전반에 걸쳐 최대한 포괄적으로 발부받아 법적 제한을 피해가곤 한다.


이 같은 압수수색 방식은 원본의 압수를 예외적인 상황으로 규정한 법 규정을 몰각한 편법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사기관이 수사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를 손쉽게 획득하고 이를 영장주의를 우회해 별건수사로 진행하는 법의 사각지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형사정책연구'에 게재된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절차에서의 관련성 문제' 논문에서 정대희·이상미 검사는 "수사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수사기관은 디지털 범죄수사에서는 다른 범죄수사절차의 경우보다 적정절차를 우회하거나 무시하여 절차적 정의를 깨뜨릴 위험성이 높다"며 "불필요한 디지털 정보를 취할 우려도 높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 "참여 안해도 된다"…정말일까



지난해 디지털 정보의 무분별한 수집에 제동을 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압수물이 수사 대상자의 손을 떠나 복제와 탐색, 분석, 출력,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수사 대상자가 참여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과정에 대한 참여권 보장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수사 대상자들의 참여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우선 디지털 데이터 복원 및 복제 과정과 증거 분류를 위한 탐색 및 출력 과정, 두 차례에 나눠 동의여부를 묻는다. 즉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압수하는 현장에서 디지털포렌식 이미징 과정에 참여할 지 한 차례 묻고, 디지털포렌식 이미징 현장에서 증거 분류 수사 과정에 참여할 지를 또 한 번 묻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꼼수가 발휘된다. 경찰이 디지털포렌식 이미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며 참관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경찰의 말을 듣고 디지털포렌식 이미징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후 증거 분류 수사과정에 참여하겠다는 동의서에 서명할 기회 자체가 박탈되고 경찰은 수사 대상자의 동의 없이 데이터 복제본을 마음대로 뒤져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 지역 한 경찰서에서 스마트폰 압수수색을 받았던 30대 직장인은 "디지털포렌식 이미징 작업에 참관하겠다고 동의서를 썼는데도 수사관이 따로 전화까지 해서 갈 필요가 없다고 계속 말리더라"며 "참여권을 막는 행태에 대해 항의하고 경찰 측 사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 안 개인정보 무단 방치?



수사기관이 디지털 기기에 담긴 개인정보를 자의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불법적으로 활용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경찰도 대비책을 마련했다.

경찰의 '전자정보 압수∙수색 관련 증거능력 유지를 위한 유의사항'을 보면 디지털포렌식 조사 과정에 수사 대상자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압수수색 과정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제3자의 참여 속에서 진행해 증거 조작이나 개인정보 탈취 등의 불법 행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했다. 이 역시 수사보고나 분석결과보고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디지털 증거 수집이 완료되면 지체없이 수사기관이 갖고 있는 디지털 기기 데이터를 삭제나 폐기, 반환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실제로 이 같은 규정을 지키고 있는 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 미지수다. 경찰청은 디지털포렌식 조사 과정과 관련한 자료나 통계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가 종료된 후 데이터 복제본을 즉시 폐기하거나 삭제해야 한다는 규정도 일선 현장에서는 별다른 주의를 기울여 지키고 있지 않다.

서울 지역의 한 사이버수사과 수사관은 "하드디스크를 즉시 포맷하는 기계가 지서에는 없어서 그냥 나뒀다가 다른 수사건이 있을 때 데이터를 덮어씌우는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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