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배 의원은 "현행법상 비상장 주식회사는 회사의 규모가 크더라도 비상장이라는 이유로 상장회사에 비해 훨씬 완화된 회계감독 규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법의 제명부터 '주식회사의'에서 '주식회사 등의'로 바꿔 유한회사도 외부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외부감사 대상을 유한회사와 대형 비상장사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마찬가지로 감사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취지인데, 주로 유한회사 형태인 대형 글로벌 기업들이 여야의 타깃이다. 일례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옥시레킷벤키저를 비롯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기업, 루이비통·구찌 등 해외 명품 브랜드, 나이키·피자헛·코카콜라 등의 국내 법인이 모두 유한회사다.
19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규제완화' 국정기조의 영향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그러나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등으로 기업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여기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정부안과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먼저 발의했고, 국민의당 역시 찬성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선 통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정부안 역시 야당 발의 법안과 마찬가지로 법인 형태를 막론한 외부감사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외감법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중"이라면서 "일부 특수법인을 제외하고는 법인 형태와 관계 없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안은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법무법인·회계법인 등에 대해선 '각 자격사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분류해 외부감사 대상에 넣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회 논의 과정에선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의 '기준'이 중점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총계 등이 주요 기준으로 거론되지만, 여·야는 물론 정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배 의원은 발의 법안에서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김 의원 측은 구체적인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밝혔지만, 여당의 5000억원에 대해선 "지나치게 높아 법안의 실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안으로는 '자산 120억원'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낮아 당초 타깃이 아닌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유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회계업권 한 관계자는 "외부감사 대상을 확대한다는 법안의 취지에는 이견이 없는 만큼, 법 개정의 효과가 드러날 수 있도록 대상 기업을 범위를 정하는 게 관건"이라며 "업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회계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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