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名家' 기틀 닦은 샘표 박승복 회장, 향년 95세로 별세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 2016.09.24 13:42

세계 최대규모 간장공장 설립…흑초음료 '백년동안' 개발하며 '식초 전도사' 별칭 얻기도

박승복 샘표 주식회사 회장
박승복 샘표 회장이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박승복 회장은 원칙·품질 우선의 샘표 경영철학을 확립한 인물이다. 샘표식품 창업주인 선친 박규회 회장의 장남으로 1922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났다. 함흥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식산은행(현 한국산업은행 전신)에서 25년간 근무했다. 이후 1965년부터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1973년)을 역임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1976년 선친의 뒤를 이어 55세의 나이에 샘표식품 사장으로 취임한 후 오늘날의 샘표 기반을 탄탄하게 쌓았다. '내 식구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식품업 본연의 가치인 '품질'에 최우선을 두었다. 1987년에는 최고 품질의 간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당시 단일 품목 설비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간장 공장을 짓기도 했다. 그 결과 간장하면 샘표를 떠올릴 정도로 사랑받는 70년 장수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원리원칙의 경영자로, 위기상황에서도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1985년 한 방송국에서 불법으로 간장을 만들어 파는 현장을 방영했는데,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을 샘표로 오인하는 상황이 생겼다. 이에 박 회장은 TV광고에 직접 출연해 "샘표는 안전합니다. 마음 놓고 드십시오. 주부님들의 공장 견학을 환영합니다"라고 밝혀 소비자 오해를 불식시켰다. 이 CF는 CEO가 광고에 출연한 첫 사례다.

박 회장은 직원과의 신뢰를 중시한 경영자이기도 했다. 덕분에 샘표는 아직까지 단 한차례도 노사분규가 없다. 그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매일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매 분기 전 직원 앞에서 회사 경영현황을 설명하며 직원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노조 설립을 먼저 권유할 뿐만 아니라, 경조사를 직접 챙기고 아픈 직원을 직접 병문안하는 등 직원 사랑이 각별했다.

박 회장은 '식초 전도사'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매일 하루 세 번 식후에 식초를 마시는 특별한 식초 건강법을 실천하며 마시는 식초 시장을 개척했다. 흑초음료 ‘백년동안’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40여년을 경영 일선에 있으면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왔다. 박 회장은 19년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으로 재임했고, 10여년간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으로 재직하며 우리나라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또 중견기업들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설립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23년간 역임하며 올바른 노사관계 정립과 기업윤리의 확립에 앞장섰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부회장,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회장, 국총회(국무총리실 동우회) 회장 등도 역임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 국민훈장 목련장,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 한국의 경영자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했다.

유족은 아들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등 2남 3녀가 있다. (아들: 박진선, 박유선 / 며느리: 고계원, 김미정 / 딸: 박혜선, 박영선, 박정선 / 사위: 김현구, 박창원, 김인배)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02-3410-3151~3)에 마련됐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조문이 가능하다. 영결식은 27일 오전 7시30분 삼성서울병원 내 영결식장에서 진행되며 발인은 27일 오전 7시다.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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