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나면 어디로 가죠?" 대피소 모르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이슈팀 김도영 기자, 이슈팀 권용범 기자 | 2016.09.22 14:10

[이슈 더 이슈] 강한 지진 발생시 운동장, 공터, 공원으로 대피하는게 정답

서울 덕수초등학교의 운동장. 지진 발생시 학교 운동장, 공터, 공원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 /사진=김도영 기자

"지진나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고 계세요?"

지난 21일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인근 주민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주변은 업무용 고층 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유동인구도 많다. 강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적지 않은 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큰 곳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물론 수십년 동안 이곳에 살거나 장사를 했다는 이들까지 지진이 나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들 대부분이 "대피 장소에 대해선 전혀 아는 게 없다"거나 "기사를 통해 지진 발생시 행동 요령 10가지 등을 숙지한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경북 경주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가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서울도 안심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지진에 대한 준비는 전무한 상황이다.

서울시가 올해 5월 말 시내 내진 설계 대상 민간건축물 29만4000여곳을 점검한 결과 내진이 확보된 곳은 7만8000여곳으로 26.6%에 불과했다. 민간 건축물 4개 중 3개는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것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고층 빌딩 비중이 낮고 내진 설계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지진 발생시 탁자나 책상에 몸을 숨기고 기다리는게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차라리 빠르게 실내를 빠져나가는게 낫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당장 지진이 나면 어디로 대피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집 근처 운동장이나 공터, 공원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한 지진이 날 경우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실내에서 벗어나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공터 등 공간이 넓은 수용지로 대피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지정된 장소는 없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 중 가장 넓고 확 트인 공간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이들이 지진 발생시 대피해야 할 곳을 알지 못했다. 이 중 몇몇은 문화재 발굴 등으로 현재 출입이 금지된 곳을 가르키기도 했다. 당장 덕수초등학교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근무 중인 김모씨는 "광화문 지하로로 대피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민방공 대피소. /사진=권용범 기자
김씨처럼 어떤 이들은 건물 외벽에 '대피소'라고 붙은 곳이 지진 시에도 대피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쟁이나 홍수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 등 재난상황에서 머무는 임시 대피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정된 임시대피소 대부분은 학교·주민센터 강당 등으로 이곳 역시 지진시엔 직·간접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지하공간도 지진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졌지만 화재나 정전 등에 취약하고 곧바로 유독가스로 가득 차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다만 안전상 문제로 많은 학교들이 운동장을 야간에 개장하지 않고 있어 긴급 상황시 이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지진 발생 시 운동장이 대피소로 쓰이는 건 알고 있지만 최근 지진과 관련해서 받은 공문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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