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도 2030년" 고리 1호기 해체 어떻게?

머니투데이 특별취재팀=유영호 김민우 이동우 기자  | 2016.09.21 05:44

한수원, 2022년까지 원전해체계획 수립… 냉각에만 5년·해체에 6년 등 최소 15년 소요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는 내년 6월 18일을 끝으로 전력 생산을 마치고 ‘영구정지’된다. 하지만 원자로 정지가 곧바로 원전해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해체 계획 수립부터 부지 복원까지 원전해체의 모든 작업이 끝날 때까지는 최소 15년 이상이 소요된다.

원전해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로 냉각’(콜드 셧다운)이다. 원자로 내부에 잔열이 남아 있으면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현상(노심 용융)이 발생해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자로 냉각이 완전히 끝난 후에야 원전해체를 시작할 수 있다.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면 원자로가 위치한 압력용기 안에서 발생하는 열은 하루 만에 정상가동 시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 1%의 잔열을 제거하는 데만 보통 5년의 세월이 걸린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리 원전 1호기가 영구정지되는 첫 사례다 보니 아직 원제해체 계획을 세워 놓지 못한 상태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 냉각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2022년까지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체계획을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원안위는 해체계획의 안전성, 환경영향 등을 심의해 한수원에 원전해체 작업의 인허가를 내준다. 인허가가 떨어지면 실질적 의미의 원전해체인 ‘제염·해체’ 작업이 시작된다.


제염·해체 작업은 원자로 안에서 냉각이 끝난 핵연료봉을 빼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꺼내진 핵연료봉은 고리 원전 본부 안에 건설 예정인 임시(중간)저장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2016년 6월말 기준 고리 1호기 원자로 안에는 328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보관 중이다.

이후 원자로 압력용기나 건물 등 시설물 표면의 방사성 물질을 천이나 종이로 닦아내는 작업을 진행한다. 압력용기의 경우 특수 화학물질을 활용한 제염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오염이 적은 설비부터 해체를 시작해 마지막으로 원자로 압력용기를 절단해 분해한다. 압력용기 절단은 평균 두께가 30㎝인 압력용기를 다이아몬드 톱 등을 이용해 수십개의 조각으로 잘라낸다. 방사능 때문에 사람이 하지 못하고 로봇을 활용한다.

제염·해체 작업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묻은 천과 종이, 해체된 콘크리트 조각 등은 일반적으로 방사능 강도에 따라 분류, 중·저준위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으로 옮겨지고 고준위는 지하 깊숙이 묻는 방식으로 처분된다. 국내의 경우 해체 폐기물 처분방식은 미정이다.

제염·해체를 마치면 부지를 원상태로 복원하는 ‘복원·종료’ 작업에 들어간다. 원안위에서 잔류 방사능 등을 점검해 해체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심의한다. 해체가 끝났으면 원전이 위치하면서 가해졌던 규제 등을 해제한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원전해체까지는 적어도 1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원전해체에 필요한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높다. 국내에 대규모 상용 원전해체 기반이 사실상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첫 상용 원전인 도카이 1호기는 1998년 원전해체에 들어갔는데 경험 부족 등으로 작업이 수년간 지연돼 빨라도 2021년에나 해체가 완료될 전망이다.

전략적으로 원전해체 기간을 늘려 잡는 지연해체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전이 영구정지한 이후 10년 이상 지나서 해체를 시작한다. 2008년 영구정지한 일본 쓰루가후겐 원전이 지연해체 방식을 선택해 2023년에야 핵심설비 해체가 시작된다.

정동희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은 “오는 2022년까지 원전해체 기술의 자립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원전해체 전까지 안전하고 경제적인 해체기술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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