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쪽 날개 잃은 韓크루즈산업

머니투데이 부산·후쿠오카(일본)=김민우 기자 | 2016.09.19 06:05

외국인 관광객은 성장세, 내국인 시장은 걸음마…"모항 늘어야 크루즈 산업 성장"

"배에 탑승하면 비상대피훈련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훈련이 끝나면 5층 중앙 레스토랑에서 정찬이 제공됩니다. 지정된 자리에 착석하셔야 하며 세미 정장 수준의, 격식을 갖춘 차림으로 식사를 하시면 됩니다."

지난 7일 오후 1시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 5층 회의실. 70명의 크루즈관광체험단을 대상으로 크루즈 이용방법에 대한 설명이 한창이었다. 크루즈 관광은 국내에서 보편화되지 않은 탓에 식사시간, 시설이용방법 등 세세한 설명이 이뤄졌다.

크루즈관광 체험단은 해양수산부가 국내 크루즈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모집한 체험단이다. 10만원만 내면 약 100만원 상당의 크루즈 관광 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매력에 2만5000여명이 응모했다.

12층 규모(7000톤급)의 크루즈 선내시설 이용 방법에 대한 복잡한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약 3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 체험단의 얼굴 표정에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이는 국내 크루즈 시장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국민들이 크루즈 관광에 대해 사전교육을 받아야 할 정도로 낯설고 생소한 방식이라는 의미다. 배가 출항한 뒤에도 갑판 위 수영장을 이용하거나 선사가 마련한 파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한국인 관광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크루즈 여행은 비교적 호화로운 시설을 이용하며 이동과 숙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미국·유럽 등에서는 보편화 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세계 크루즈 관광객수는 지난해 기준 2400만명으로 연평균 5.1%씩 늘고 있다. 크루즈를 타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 1년 전보다 100%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크루즈를 이용하는 내국인은 드물다.

이 때문에 2012년에 처음으로 국적 크루즈선사인 하모니크루즈가 2만t급 크루즈를 띄웠지만 이듬해 1월 운항을 중단하고 폐업했다. 이후 롯데관광 등에서 외국 배를 단기 임대해 1년에 1~2차례만 국내 출발(모항) 크루즈를 운영해 왔다.


크루즈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두 개의 날개 중 한쪽 날개만 커지고 있는 기형적인 양상이 나타나면서 정부가 예산을 들여 국민들에게 크루즈 체험기회를 마련한 이유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잠시 들렀다 다시 출발하는 형태(기항)의 크루즈는 국내 경제에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크루즈 산업을 육성하고 관련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크루즈 인구 자체가 늘어 국내출발(모항) 크루즈를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년에도 크루즈 관광체험단을 모집할 계획이다. 많은 국민들이 크루즈 관광을 체험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이들을 통해 크루즈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체험단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7000톤급 크루즈 코스타빅토리아 12층 수영장. 관광객들이 선베드에 누워 여유를 즐기고 있다./사진=김민우 기자
크루즈관광체험단 유지수씨(21세·여)는 "저녁시간에 처음 온 사람들과 밥 먹다가도 춤도 같이 추고 얘기도 많이 하고 즐거웠다"며 "밤에 이동하는 중에도 즐길 거리가 많고 젊은 사람들이 즐기기에 좋다"고 말했다.

박광호씨(62세)는 "매일 저녁마다 열리는 파티와 카니발 행사가 즐거웠다"며 "소심한 성격으로 같이 참여하지는 못 했지만 다음 번에 기회가 된다면 아내와 함께 다시 한번 와서 꼭 적극적으로 참여해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내년엔 한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를 37차례, 승객은 2만2400명으로 늘리고 2020년까지 내국인 크루즈 관광객 수를 2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롯데관광개발은 이미 내년 5월 속초에서 출항해 러시아와 일본 홋카이도 등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환동해 크루즈를 두 차례 출항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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