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천재' MIT 교수의 2560% 대박 투자 비법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6.09.18 08:00

[행동재무학]<154>고수익 헤지펀드 투자전략 따라하기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8년간 주식 투자수익률 2560%. 96개월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한 달은 단 6번.”

모든 펀드매니저의 희망은 다년간 지속적으로 남보다 뛰어난 투자성과를 내는 겁니다. 그런 성과를 낸 대표적인 펀드매니저를 들자면 단연 피터 린치(Peter Lynch)를 꼽습니다.

1977년부터 1990년 사이에 피델리티 마젤란펀드를 운영한 그는 13년간 연 평균 수익률 29.2%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고 펀드 업계의 ‘전설’로 남았습니다. 누적수익률로는 2695%입니다.

그런데 린치의 대기록은 9년 뒤 깨지고 맙니다. 그 주인공은 미국 MIT대학의 ‘주식천재' 앤드류 로(Andrew Lo) 재무학 교수입니다.

로 교수는 1992년 1월 캐피털 데씨메이션 파트너스(Capital Decimation Partners)라는 이름의 헤지펀드를 설립하고 직접 주식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9년 12월 청산할 때까지 8년간 연 평균 50.7%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누적수익률로는 2560%.

이 기간 S&P500의 상승률이 367%이었으니 로 교수의 헤지펀드는 시장수익 대비 무려 7배의 초과수익, 알파(alpha)를 달성했습니다. 게다가 특정 연도나 달에 들쭉날쭉하지 않고 투자기간 내내 초과수익을 꾸준히 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총 96개월(=8년) 투자기간 동안 로 교수의 헤지펀드가 손실을 낸 달이 단 6번에 그쳤다는 사실입니다. 반면 이 기간 S&P500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달은 모두 36번입니다.

또한 로 교수의 헤지펀드는 샤프지수(Sharpe ratio)가 2.15, S&P500은 1.39였습니다. 이 결과는 로 교수의 헤지펀드가 S&P500에 비해 위험 대비 훨씬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음을 보여줍니다. 샤프지수는 높으면 높을수록 좋습니다.

로 교수가 린치를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헤지펀드라서 가능했습니다. 통상 헤지펀드는 선물·옵션, 레버리지, 숏·롱, 퀀트, 알고리즘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최대의 수익을 추구합니다.

사람들은 로 교수가 MIT교수이니까 퀀트를 이용하고 복잡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 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 정도였을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로 교수가 이용한 투자전략은 너무나 단순했습니다. 로 교수의 헤지펀드는 S&P500 주가지수와 풋(put) 옵션을 이용했지만 퀀트나 복잡한 알고리즘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저 매달 만기가 돌아오는 S&P500 지수를 기본자산으로 하는 풋옵션을 파는(writing) 게 전부였습니다. 풋옵션을 팔게 되면 매수자로부터 옵션 프리미엄을 지급받습니다. 그리고 옵션 만기일까지 풋옵션의 조건이 실현되지 않으면 매도자는 옵션 프리미엄을 수익으로 챙기게 됩니다.


로 교수는 증시가 7% 이상 하락하지 않는 쪽에 베팅을 걸었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증시가 7%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옵션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챙기게 되고 만약 그의 예상과 반대로 증시가 7% 이상 하락하게 되면 그는 큰 손해를 입게 됩니다.

즉 로 교수의 헤지펀드는 증시가 일정 수준(7%) 이하로 하락할 경우에 대비해 일종의 보험을 판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간단하죠?

하지만 로 교수는 이런 단순한 투자전략으로 8년간 총 2560%라는 초대박 수익을 거뒀습니다. 실제로 그의 헤지펀드가 한 일이라곤 그저 매달 S&P500 주가지수를 기본자산으로 하는 풋옵션을 팔고 옵션 프리미엄을 받은 거 밖에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좀 허탈한가요?

고수익을 낸 로 교수의 헤지펀드 투자전략이 단순한 보험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기 위해서 무슨 고도의 투자기법이나 난해한 알고리즘, 복잡한 투자구조가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정보와 타이밍에 너무 안달할 필요도 없다는 점도요.

한편, 로 교수의 헤지펀드는 피델리티 마젤란펀드와 같은 실제가 아니고 2001년 한 재무학회지에 실린 연구논문에 소개된 가상의 헤지펀드였습니다. 그러나 가상의 돈이 사용됐을 뿐 실제와 똑같이 매매가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성과를 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후 로 교수의 헤지펀드 투자전략은 투자업계에서 널리 애용됐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 대침체(Great Recession)를 야기하는 불상사를 초래하게 됩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인 크레딧 디폴트 스왑(CDS)을 기억하시나요? 채권 발행회사가 부도가 날 경우를 대비해 보험을 만들어 판 것 말입니다.

CDS는 로 교수의 헤지펀드와 구조가 똑같습니다. 채권 발행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으면 보험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수익으로 챙길 수 있지만 만약 부도가 날 경우엔 큰 손해를 입게 되지요. 주가지수 대신 채권이 하락할(=부도가 날) 경우를 대비해 보험을 만들어 판 게 다른 점입니다.

부도가 나기 전까지 CDS를 판 금융기관은 보험료를 수익으로 꼬박꼬박 챙기는 쉬운 장사를 했었죠. 그러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한 부도가 터지면서 결국 CDS를 만들어 판 금융기관들은 연쇄 도산 위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로 교수도 이러한 위험성을 이미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헤지펀드 이름도 '캐피털 데씨메이션(=대량 파괴) 파트너스(CDP)'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즉 증시가 7% 이상 하락할 확률이 매우 적지만 증시가 단 한번이라도 7% 이상 폭락하게 되면 모든 자본을 일시에 다 날리게 되는 매우 위험한 투자전략이라는 것입니다.

로 교수는 발생 확률이 매우 낮다고 안심해서는 안되며 충분한 위험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주식투자를 했다간 한번에 '훅' 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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