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성적 1등, 그들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줬다

머니투데이 채원배 사회부장 | 2016.09.09 04:20
이젠 충격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내일은 또 다른 비리가 나오지 않을까 궁금해 지기까지 한다.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법조 비리 얘기다. 이쯤 되면 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이 판사와 검사를 욕하는 신조어를 만들만도 한데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신조어를 만들고 악성 댓글을 달았다가 힘 있는 그들에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판사와 검사. 그들은 늘 수재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을 것이다. 성적은 늘 1등이었고, 집안과 출신 고등학교의 자랑이었을 것이다. '출세'라는 단어를 귀에 못이 박을 정도로 들은 반면 '세상의 쓴 맛'은 아마도 느껴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사법고시 합격 후 판·검사로 임용되는 순간 시쳇말로 금수저가 됐기 때문이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면 되기 때문에 그들은 두려울 게 없다. 법이라는 잣대 하에 마음껏 권한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그들도 갖지 못한 게 하나 있다. 바로 돈이다. 부잣집 출신이 아니라면 공무원 월급만으로 부자가 되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서민들에 비해서는 많은 월급을 받지만 1등만 했던 그들에게는 박봉(?)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십년 전 판·검사들은 권력과 부를 다 가졌다는데, 지금 시대는 둘 다를 주지 않는다. '힘'과 '사명감'으로 살아가면 되지만 돈과 담 쌓고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부하 직원들을 챙기는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능력 있는 지검장으로 인정받으려면 부하 검사들과 수사관들을 챙기는 데 한달에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은 써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현실을 파고 드는 게 바로 스폰서와 전관이다. 진경준 전 검사장을 챙겨 준 김정주 NXC 회장, 뇌물수수로 구속된 김수천 부장판사 뒤의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대대적 감찰을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 뒤의 친구 김 모씨가 대표적인 스폰서다. 전관의 문제는 홍만표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지난 6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민과 법관들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의 사과문에서 "'현직 부장판사 구속' 사태에 가장 크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법관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기를 절실히 기대하고 믿어 온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렴성은 법관들이 모든 직업윤리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라며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말을 인용해 "부정을 범하는 것 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라고까지 했다.

고개를 숙인 양 대법원장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법관에게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또 '법관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청렴성이다'는 말에 동의하는 법관도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청렴성은 성적순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조 비리 해결의 첫 단추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의 소금' '청렴성'이라는 거창하고 추상적인 말로는 비리를 척결할 수 없다. 오히려 판검사의 월급이나 업무 추진비를 올려줘 그들이 스폰서를 찾지 않게 하는 게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법조계의 셀프 개혁은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법조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판검사의 권한을 줄이고, 내부가 아닌 외부의 감시와 감찰이 이뤄져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가 정치적 논란만 불러 일으킨다면 법원과 검찰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상시 특별감찰단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본다. 한눈 팔지 않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일하는 판사와 검사가 존중받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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