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은 말렸지만 동네가니 좋아했다…책 한권으로 동네서점 제패기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09.10 03:01

광주에서 대구찍고 일산…'거짓말이다' 김탁환 작가·김홍민 대표 동네책방 돌며 강연한 사연

(왼쪽부터) 김탁환 작가와 정은영 통영 '봄날의 책방'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김탁환 작가와 김홍민 대표는 1일부터 7일까지 '김탁환의 전국제패' 이벤트를 통해 7개 도시의 동네 서점을 돌며 지역 독자들을 만났다. 김 작가는 "동네서점들에 대한 애정과 응원"이라며 선뜻 나선 이유를 전했다. /사진제공=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7일 저녁 경기도 일산 백석동의 동네서점 '미스터 버티고'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일부는 책방 가운데 마련된 의자에 앉아 독서를 하거나 책꽂이를 구경했고 또 다른 손님들은 맥주나 커피를 한 잔씩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예정된 소설 '거짓말이다'의 김탁환 작가와의 만남을 신청한 이들이다. 20명의 손님이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책방을 가득 메웠다.

이날은 김탁환 작가와 '거짓말이다'를 펴낸 김홍민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의 '전국 동네서점 투어' 마지막 날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1일부터 매일 광주, 통영, 부산, 괴산, 대구, 경주의 동네 서점을 돌며 '거짓말이다' 출간 기념 강연을 펼치고 마지막 날 일산의 '미스터 버티고'를 찾았다. 이른바 '김탁환의 전국제패!' 이벤트다.

김탁환 작가가 7일 저녁 일산 '미스터 버티고' 책방에서 소설 '거짓말이다'와 집필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다해 기자



그동안 '독자교정 캠프', '장르문학 부흥회' 등 독특한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던 김홍민 대표는 또다시 색다른 아이디어로 '작가와의 만남'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것도 제법 규모있는 서점이 아닌 동네의 작은 서점만 골라 다녀왔다. 강연료는 받지 않되 '숙식 제공'이란 조건을 내걸었고 하루만에 강연 장소 모집이 마감됐다.

"외국 영화를 보면 노벨상 탄 작가들이 작은 동네서점을 찾아 독자 10명이라도 데려다 놓고 이야기 나누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그런 거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거죠. 전국을 돌겠다고 하자 물론 출판사 동료들은 '또라이'라고 했지요.(웃음)" (김홍민 대표)

김 대표는 "매일 장거리를 운전하며 이동해야 해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면서도 "다음 번엔 더 길게 다녀올까도 생각 중"이라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가장 인상깊었던 곳으로 첫 강연지였던 전라도 광주의 '동네책방 숨'을, 김탁환 작가는 대구의 '커피는 책이랑', 경주의 '노닐다 책방'을 꼽았다.


김 대표는 "광주의 동네책방 '숨'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었고 사실 첫날이라 모객도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책방도 너무 예쁘고 사람도 많이 와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며 "도서관 일을 오래 해오신 사장님 부부가 직접 지은 건물에서 책에 둘러싸여 잠을 잤다. 인상적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김탁환 작가는 "'거짓말이다'가 아무래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야기이다 보니 경상도 지역에서 어떤 반응이 올 지 걱정했는데 예상 외로 많은 사람이 모여 반응이 뜨거웠다. 마치 '부흥회'를 한 느낌"이라며 "여행 중간이라 지칠 때였는데 대구, 경주를 거치며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가 시작한 '김탁환의 전국제패!' 이벤트 마지막 지점인 일산의 동네서점 '미스터 버티고' 모습/ 사진제공='미스터 버티고' 공식 블로그

그가 김 대표의 제안에 선뜻 따라나선 것은 동네 서점에 대한 '응원과 애정' 때문이다. 그는 "지방의 큰 서점에선 종종 강연한 적이 있는데 작은 책방을 돌면서 강연을 하는 것을 처음"이라며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이 판매되는 것을 지양하고 책방 주인이 자신의 세계관에 맞춰서 책을 고르고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는 아름답고 창의적인 일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책방 주인분들을 보니 '진짜 책을 좋아하네'란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경주에서는 책방을 운영하는 한옥집 서재에서 잤는데 즐겁게 운영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니까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에게 닥쳐있는 문제를 깊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책읽기'잖아요. 그건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김탁환 작가)

이날 김탁환 작가의 강연은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소설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처음 고민 지점은 무엇이고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부터 '거짓말이다'를 집필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와 과정까지 소상히 설명해나갔다. 옹기종기 모인 손님들은 그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례적인 모습 때문이었을까. 인근을 지나던 동네 주민들이 서점을 기웃거리며 바라보기도 했다. 마치 옛정이 묻어나는 '동네 사랑방' 같은 모습이었다.

평일 늦은 저녁임에도 모인 20여명의 손님들은 김탁환 작가의 강연을 진지하게 경청한 뒤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사진=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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