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과세분쟁' 승소이끈 변호사, "兆단위 세금환급도 가능"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6.09.09 11:42

[the L][인물포커스]손병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알뜰한 소비자라면 대다수가 지갑에 한두장씩 들고 다니는 게 바로 포인트카드다. 회사에 따라 명칭이 다르지만 소비자가 지출한 금액에 비례해 일정비율의 포인트(또는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해당고객이 다음에 다시 재화·용역을 구매할 때 이 포인트로 대금의 전부나 일부를 쓴다. 소비자는 할인받는 쏠쏠한 기분을 즐기고 기업은 고객을 장기적으로 유치하는 효과를 거둔다. 그런데 그간 기업이 재화를 공급하고 고객으로부터 수취한 이 포인트나 마일리지는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었다. 실제 고객으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도 세금을 납부해왔다는 얘기다.

오랜 기간 기업이 세금을 과도하게 납부해왔던 이같은 관행은 앞으로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쇼핑 등은 2013년 8월 과세당국을 대상으로 부가가치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1,2심에서 패소했다. 과거 기간 납부한 부가가치세의 환급을 요청했다가 거부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초 소송을 제기한 지 3년여가 지난 시점인 지난달 하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롯데 측을 대리해 이번 소송을 진행한 법무법인 광장의 손병준 담당변호사는 "이번 파기환송 판결로 포인트나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 중인 다수 기업이 경정청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법령에 따라 2011년 7월 이후 거래한 부가가치세에 대한 경정청구를 지금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백화점 등 유통업체는 물론 주유소나 화장품업체, 통신사, 커피브랜드 등 상당 수 기업이 판촉수단으로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활용하고 있다"며 "이들이 일제히 경정청구에 나선다면 과세당국이 기업에 환급해줘야 할 금액은 조(兆)단위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인트·마일리지의 금전가치 유무여부가 관건, 대법원에서야 역전
사법연수원을 25기로 수료한 손 변호사(전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서울행정법원,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한 조세전문가다. 판사재직 중 맡게 된 한 사건을 계기로 그는 조세법 분야를 재차 공부하기로 결심했고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손 변호사가 조세통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였다.

2012년 3월 광장에 합류한 손 변호사는 포인트·마일리지 등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한 할인혜택까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것이 잘못됐다고 보고 기업들을 찾아갔다.

결국 롯데 측이 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롯데 뿐 아니라 백화점 등을 운영 중인 신세계도 소송에 참여했다. 소송 중인 롯데와 신세계 모두 △고객이 지출한 금액에 일정 비율의 포인트를 제공했다는 점 △고객이 해당 포인트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때 포인트만큼의 매출에 대해서도 과세당국에 세금을 내왔다는 점은 여타 업체와 같다.

다만 이들 유통업체들은 그 과세규모가 컸다. 이번에 롯데가 승소한 건에서 문제가 된 부가가치세액은 2009년 1,2기, 2010년 1,2기(법인세 신고납부는 1년에 1회인 반면 부가가치세 신고납부는 매년 1월과 7월 2회에 걸쳐 있다) 등 4개 기수에 불과했는데 그 금액이 322억원에 달했다.

신세계 건이 롯데 건보다 앞서 대법원에 상고가 접수됐지만 롯데 측의 파기환송 판결이 미리 나왔다. 롯데의 경우 위에서 설명한 포인트 외에도 △일정금액 이상 고객이 지출할 때 상품권을 지급했다는 점 △계열사간 해당 포인트·상품권의 금액만큼 사후에 상호정산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점 등이 신세계 건과 달랐다. 롯데 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내려지느냐에 따라 신세계는 물론 후속 소송들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부가가치세법은 재화·용역을 공급할 때 반대급부로 받은 대가가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이면 전부 과세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재화·용역이더라도 할인판매할 때 그 할인된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도록 했다.

과세당국은 롯데 측이 고객에게 제공했다가 그 고객이 차후 거래에서 지급한 포인트에 대해 '금전적 가치'가 있다고 본 반면 롯데 측은 해당 포인트가 단지 '할인금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롯데 측으로서는 고객으로부터 실제로 받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까지 세금을 내야 하는 부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얘기다.


1,2심은 과세당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2차 거래에서 사용될 때 금전적 가치가 있고 그 성격은 장려금이라고 보아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반면 대법원은 1,2심의 판단을 배척하고 원고 측의 주장을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포인트란 원고들과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 사이에 이뤄진 롯데멤버스 업무제휴 계약 및 롯데포인트 통합결제 약정에 따라 적립돼 고객들이 원고들이나 위 계열사의 영업점에서 2차거래를 할 때 대금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사전에 약정된 지위를 수치화해 표시한 것"이라며 "고객들이 2차거래에서 그 상당대금을 공제받은 것은 위 약정에서 미리 정해진 조건에 따라 공급가액을 직접 공제받은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2차거래와 관련해 원고들이 롯데카드 주식회사로부터 정산금을 지급받더라도 이는 대금할인 약정을 수치화한 포인트를 함께 운영하는 롯데 계열사들과 맺은 통합결제약정 및 업무제휴 계약에 따른 계속적 정산관계에 따른 것이지 2차거래에서 받은 공급대가라 할 수 없다"며 "포인트의 교차사용이나 정산금 약정을 이유로 포인트에 의한 공급가액의 할인·공제를 부정하거나 정산금 상당액이 2차거래의 공급가액에 포함돼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 측이 고객의 지출금액에 비례해 제공한 상품권에 대해서도 금전적 가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상품권은 1차거래 구매실적에 따라 별도 대가없이 증정된 것으로 대가를 받고 판매된 다른 상품권과 구분돼 관리됐다"며 "상품권 회수만으로는 대가를 받았다고 할 수 없는 데다 상품권은 실질적으로 그 상당금액을 대금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지위에 그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 LG생활건강 등 후속소송에도 영향
이번 판결로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신세계 건은 물론 화장품 제조사인 LG생활건강 등의 소송에도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손 변호사는 "이번 롯데 건에 대한 승소취지 판결은 기업들이 고객유치 수단으로 활용해 온 상품권, 포인트 등에 대한 과세당국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말해준다"며 "롯데 건에 비해 논쟁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신세계, LG생활건강 등의 건에서도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로 광장 조세팀의 위상도 시장에 널리 알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례없던 사안에 대해 승소판결을 이끌어내 기업들의 관심을 일거에 받게 됐기 때문이다. 손 변호사가 또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한 소송이 '동부하이텍 합병 영업권 과세' 사건이다. 동부한농이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흡수합병해 동부하이텍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 영업권'에 대한 부과처분에 대해 동부하이텍이 제기한 소송이다.

회계기준은 실제가치보다 더 많은 금액(프리미엄)을 지급한 만큼을 재무제표에 '영업권'으로 기재토록 하고 있는데 보수적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할 때 이 '영업권'은 재산상 가치가 거의 인정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재무제표에 기재된 이 금액에 대하여 세법상 영업권이라는 이유로 부과처분을 했다가 잇따라 패소했다. 동부하이텍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손 변호사는 "동부하이텍 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국내에서 합병 영업권에 대한 과세에 대한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종전까지 수년간 선제적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한 다수 합병건에서 문제가 된 합병 영업권 과세에 대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광장 차원에서도 조세팀 인력을 대거 확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광장의 조세팀에는 변호사만 30여명에 회계사·관세사·세무사 등 전문인력 등을 더해 6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손 변호사가 처음 광장에 합류했을 때에 비해 2배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올해 들어 새로 합류한 김명섭, 마옥현 변호사도 광장 조세팀의 전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CPA(공인회계사) 자격을 가지고 회계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판사,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조세법 교수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한국세법학회 이사이기도 한 마 변호사도 서울행정법원 판사와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등 조세 전문판사로서의 오랜 이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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