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부터 카카오내비까지…'몸 값' 높아진 지도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서진욱 기자 | 2016.09.10 03:52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관찰'…'데이터=돈' 지도전쟁 2.0 시작


 #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려보자. 주말여행이나 여름휴가를 앞두고 아버지는 자동차 문 옆에 끼워둔 전국지도를 꺼내 드셨다. 심각한 표정으로 10분 정도 지도를 째려본 뒤 이내 결심이라도 한 듯 다시 강원도의 세부 지도를 꺼냈다. 세부 지도에서 숙소 및 관광지의 위치를 펜으로 표시하고 다시 가는 길과 동선을 고민했다.

 10여년이 조금 지난 지금, 지도의 개념이 크게 달라졌다. 자동차에 필수로 비치된 지도책은 사라진 지 오래다. 운전자들의 필수 소양이던 독도법(지도 읽는 법)도 필요 없다. 그저 스마트폰을 켜고 T맵 혹은 카카오내비 등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목적지 몇 자만 찍으면 전체 경로부터 도착시간까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조금 돌더라도 빨리 갈 것인지, 아니면 막히더라도 짧은 구간을 선택할 것인지 손안에서 터치 몇 번으로 다양한 경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조선 시대 사람들은 어땠을까. 지도는 곧 권력이자 목숨이었다. 지도는 나라가 독점하고 있었고 백성들은 자신이 살던 곳을 벗어나는 것조차 힘들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길을 나서기 위해서는 일생일대의 용기를 내야만 했다.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정보는 진짜일지 가짜일지 모르는 누군가의 경험담뿐이었다.

◇지도, 인류의 ‘삶’을 바꾸다=지도의 발전은 인류의 발전사와 맞물려 있다. 지도가 발전할수록 인류의 행동반경과 사고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북극에 사는 북극곰은 세상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고 믿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 북동부에는 지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열대우림 아마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또 인도 북동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높이 약 8848m의 에베레스트산이 있다는 것도 안다. 지도는 몇 천 년 동안 인류가 시도한 온갖 도전과 고민을 보여주는 세계사의 산물인 동시에 혜안을 넓힐 수 있도록 해주는 보물인 셈이다.

 지도는 본래 국가의 안보를 위해 제작됐다. 지도는 국가 통치의 기본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 전쟁 발발 등 유사시 군사작전의 필수 수단이기 때문.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지도가 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조선 건국 초기인 1402년 국가사업으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라는 세계지도도 제작됐다.

 영조와 정조대를 거치면서는 지방 파악이 체계적으로 이뤄졌고 이후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에 의해 ‘진짜 지도’가 완성됐다. 그가 1861년 제작한 ‘대동여지도’가 그것이다. 건물 3층 높이(6.7×3.8m)로 현존하는 전국 지도 중 가장 크다. 22개 첩(책자)으로 나눌 수 있어 휴대가 편리하다. 또 목판본으로 제작돼 오류 없이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이 지도는 10리마다 점을 찍어 지도 소지자가 거리를 측정할 수 있고 지역의 인구와 호구정보, 토지면적 등 지역별 통계까지 수록돼 있다. 대동여지도를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로 손꼽는 이유다.

 현대 지도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 1958년 지리연구소가 설립되면서부터다. 지도제작을 담당한 최초의 정부기관이다. 지도 수요 증대와 현대적 지도제작이 급물살을 이루며 네덜란드와 협동항공사진측량사업도 추진했다.


 최근 디지털 지도에 사용하는 수치지형도가 만들어진 건 1980년대 들어서다. 수치지형도는 항공측량기술을 활용, 지형, 지물, 위치, 거리 등의 각종 지형공간정보를 전산화해 이를 일정한 축척의 디지털 형태로 데이터베이스화한 것이다. 모바일 내비게이션이나 포털의 빠른 길 찾기 등이 수치지형도를 활용한 서비스다. 최근 구글이 정부에 반출을 요청한 지도데이터도 우리나라의 1대5000 수치지형도다.

◇데이터가 곧 돈…지도전쟁 2.0 시작=모바일 시대로 진화된 지금 지도의 형태와 쓰임새는 크게 달라졌다. GPS와 연결돼 목적지만 입력하면 스스로 찾아준다. 자동차로 길을 찾거나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을 탈 때도 모바일 지도는 이제 생활필수품이다. 친구들과 약속장소에서 만날 때도 지름길은 물론 도착시간까지 비교적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실시간 교통흐름 혹은 같은 내비게이션 앱 사용자들의 위치흐름 분석을 통해 수백 ㎞ 떨어진 곳까지의 예상 도착시간도 알 수 있다.

 GPS뿐 아니라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기술과 결합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지도의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VR(가상현실), 무인자율주행차, 드론 택배,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신사업의 핵심자원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은 물론 자동차회사들이 정교한 디지털 지도의 데이터 확보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우버는 5억달러(약 5500억원)를 투자해 미국과 멕시코 등지에서 자체 지도 확보에 나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차시장을 두고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구글지도를 써온 우버가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우버만이 아니다. 애플도 지난해 오차범위 3~5m의 정밀 내비게이션 기술을 보유한 ‘코히어런트’를 인수했으며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기업들도 공동으로 3D(차원) 지도제작사를 설립했다. 구글이 전세계 상세 지도 데이터 확보에 강한 야심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지도 데이터 자체도 그렇지만 지도 데이터 위에 축적된 사용자 빅데이터는 앞으로 그 활용가치가 그야말로 ‘금맥’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일부 특정 기업에 모바일 사용자들의 위치, 이동경로 등 사생활 정보는 물론 사회현상을 유추, 분석할 수 있는 상세 데이터들이 쏠릴 경우 개인정보 침해, 산업 종속화 등 적잖은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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