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내년부터 학과 정원 없앤다…신입생 전원 '무학과' 선발

뉴스1 제공  | 2016.08.31 23:45

1년간 전공 탐색 후 100% 원하는 학과에 배정
기업과 함께 뽑는 '산학일체' 교수 50명 선발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9월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김도연 포스텍 총장. (뉴스1DB) © News1
포스텍이 내년 입시부터 학과 정원을 없앤다. 신입생 전원을 학과 구분 없이 단일계열로 뽑는다. 2학년 올라갈 때 학생이 원하는 학과로 100% 배정한다. 학생 선택에 따라 학과 정원이 결정되는 셈이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포스텍의 미래 30년을 새로 그리기 위해 대학운영시스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텍은 1986년 12월3일 개교해 1989년 3월5일 첫 입학식을 가졌다.

김 총장은 "최초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했던 포스텍이 올해 개교 30주년을 맞아 앞으로 30년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대학사회와 대학문화를 바꾸는 플래그십(Flagship·기함) 역할을 포스텍이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입시제도를 가장 크게 바꾼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18학년도부터 320명 신입생 전부를 학과 구분 없이 무(無)학과로 선발한다.

학생들은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해 1년간 다양한 학과를 탐색한 뒤 진로를 결정한다.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전공탐색 과목도 최소 3과목 이상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울산과학기술대(UNIST) 등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5개 과학기술대는 단일계열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교육부 산하 대학 중 전체 신입생을 단일계열, 무학과로 선발하는 것은 포스텍이 처음이다.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학년 올라갈 때 100% 학생이 원하는 학과로 갈 수 있다. 100명의 학생이 선택하면 그게 곧 그 학과의 정원이다. 이듬해 50명의 학생이 선택하면 학과정원이 50명으로 바뀐다. 사실상 학과정원이 없어지는 셈이다.

비슷한 방식을 중앙대가 2016학년 입시에서 도입하려 한 적 있다. 중앙대는 당시 계열별로 학생을 모집해 2학년 때 학과를 선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기 많은 학과 정원은 늘리고 그렇지 않은 학과 정원은 줄이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구성원 반발이 커서 결국 철회했다.

포스텍이 도입하는 '무학과 선발'은 여기서 결정적 차이가 있다. 아무도 그 학과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학과를 없애지 않는다. 학과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렇게 되면 학과 정원이 의미가 없어진다. 무학과 선발에 이어 학과 정원마저 없애는 것이 된다.

이런 파격 실험은 대학원생이 학부생보다 많은 연구중심대학이어서 가능한 측면이 크다. 극단적으로 학부생이 한 명도 없어도 대학원에서 연구는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대, 공대밖에 없는 이공계 중심대학인 것도 이런 실험을 가능하게 했다.


학과를 유지한다고 해도 학과, 특히 교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포스텍은 학생 유치를 위한 경쟁을 통해 학과들이 경쟁력 있는 교육체계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학과 구조도 공동연구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학과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연구로 유기적 관계인 전자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 창의아이티(IT)융합공학처럼 학과 간 경계가 사라지고 공동연구 가능성이 높은 학과끼리 통합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올해부터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리고 겨울방학은 줄였다. 늘어난 여름방학 기간 동안 인턴십이나 해외 프로그램,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외 연구소, 벤처와 동문기업 등에서 인턴십을 하는 '하계 사회경험프로그램'(SES)에는 올해 257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내년에는 5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수 채용에도 변화를 꾀한다. 기업과 대학이 함께 교수를 뽑는 방식이다. 포스텍은 현재 전임교수 272명의 절반이 넘는 150명을 올해부터 4년간 새로 뽑을 예정이다. 이 중 3분의 1인 50명은 기업체와 함께 선발하는 '산학일체 교수'로 선발한다.

산학일체 교수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인력을 대학이 교수로 채용하고 기업과 대학이 교수 인건비를 공동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새로운 교수 채용 방식이다. 첫 파트너로 LG디스플레이와 전자전기공학과에서 산학일체 교수를 선발할 계획이다.

교수업적평가 때도 연구업적 평가항목을 학술연구와 산업연구로 나누어 산업체 연구과제, 기술이전 등의 성과를 SCI 논문실적과 동등하게 평가한다. 포스텍은 지금도 교수들이 '연구트랙'과 '산학협력트랙'을 선택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수 승진에 필요한 최소근무연한도 폐지한다. 현재 조교수에서 부교수가 되려면 최소 4년, 부교수에서 교수로 승진을 하려면 최소 5년을 근무해야 한다. 최소근무연한을 없애면 정년보장을 받는 30대 정교수가 탄생할 수도 있다. 우수한 교수가 조기에 정년보장을 받아 연구에 안정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다.

김 총장은 "앞으로 포스텍은 '튼실한 학부교육', '빼어난 연구성과', '활발한 창업(創業)과 창직(創職)'의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대학이 될 것"이라며 "지역과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에 기여하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치창출대학'으로 성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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