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함께 사는법 찾은 이마트

머니투데이 당진=조철희 기자 | 2016.08.31 15:34

업계 최초 전통시장 1km 내 매장 열어…지자체·상인들과 협의해 당진 魚시장 내 노브랜드 매장 입점

충청남도 당진시 당진전통시장에 입점한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 전경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가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이후 최초로 전통시장 1km 안에 매장을 오픈하며 유통업계와 골목상권의 해묵은 갈등을 딛고 상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도전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31일 충청남도 당진시 읍내동 당진전통시장 내 어시장에 자체브랜드(PL) 전문점인 '노브랜드' 당진어시장점을 오픈했다. 한 건물 안에서 1층은 50여 명의 시장 상인들이 수산물을 팔고, 990㎡(약 300평) 공간의 2층은 노브랜드 전문점과 카페, 장난감도서관이 고객들을 맞는 형태다.

이마트는 상생을 위해 노브랜드 매장에서 파는 품목을 950여 종으로 제한했다. 시장 상인들이 주로 파는 축산, 수산,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중심으로 구성했다.

이마트는 당진시 인구비중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30~40대 젊은층의 발길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고, 손님들 발길이 끊어져 고심하던 시장 상인들은 이마트를 통한 '분수효과'를 기대했다.

이마트의 기대대로 오픈 첫날인 이날 많은 주부들이 아이를 데리고 매장을 찾았다. 지역에 유아·아동시설이 드물어 장난감도서관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 아이와 함께 매장을 방문한 한 주부 고객은 "값싸고 질 좋은 기저귀도 사고, 장도 보고,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이 생겨 반갑다"며 "시장보다는 슈퍼마켓을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시장에 자주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당진어시장점 매장 모습 /사진제공=이마트

실제로 1층 어시장에 들러 싱싱한 수산물을 둘러보고 가는 고객들도 적지 않았다. 평소 어시장에는 장날에도 방문객이 100명을 넘지 못할 정도로 영업 침체를 겪어왔다.


정제의 당진전통시장상인회장은 "기존에 없던 다양한 상품들과 시설이 들어서면서 젊은층과 시민들의 관심이 높고, 시장상인들은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대형 유통업체와 상생·공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상인들이 수용할 경우 대형 유통업체도 전통시장 1km 안에서 매장을 열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시장이 죽는다'는 인식에 상인들은 유통업체 진입에 극렬 반대해왔다. 그러나 이마트 입점 제안은 시장을 관리하는 지방자지단체가 먼저 했다.

이마트는 상권 및 상생 모델 분석을 통해 최근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인정 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구가 중인 노브랜드 전문점이 상생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지자체·상인회와 협의를 거쳐 '상생 스토어'를 선보인 이마트는 앞으로 시장에 최소 마진으로 상품을 공급하고, MD(상품구성)와 매장 운영방식 개선을 돕고, 당진 특산물을 개발해 판로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이날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도 지자체나 전통시장의 요청이 있다면 적극 수용할 것"이라며 "이마트가 들어와서 시장이 발전하고, 상인들과 시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협력을 통해 실질적 공존으로 전환하는 첫 걸음"이라며 "입점보다 더 중요한 지속적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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