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 거듭 한진해운, 39년만에 결국 침몰 운명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6.08.30 16:03

육·해·공 망라하는 수송 전문 그룹 한 축 잃어…2대만에 선친의 '해운왕' 꿈 접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진해운이 30일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불가 결정으로 법정관리 및 파산 위기에 처했다. 법정관리행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 퇴출 등 업계 특성상 사실상 파산을 의미한다.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의 선친인 고(故) 조중훈 창업주가 '해운왕'을 꿈꾸며 1967년 7월 자본금 2억원으로 세운 대진해운이 뿌리이며, 한진그룹의 모태기업 중 하나다.

한진그룹의 역사는 1945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중훈 창업주는 인천 해안동에 트럭 한대로 한진상사를 설립하면서 수송 한길을 팠다. 한진은 베트남 전쟁때 미군 군수물자 수송을 맡으면서 급성장했다. 1967년 7월 해운업 진출을 위해 대진해운을 세우고 같은해 9월 하역장비, 차량, 선박 관련 보험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인수했다. 1969년에는 오늘날 대한항공이 된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다.

1977년 조중훈 창업주는 수산업에 치중하다 경영난을 겪던 대진해운을 해체하고 컨테이너 전용 해운사로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한진이 육·해·공을 망라한 국내 유일의 수송 전문 그룹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한진해운의 첫 번째 위기는 1986년에 왔다. 해운업 불황에 따라 적자가 누적된 것. 조중훈 선대 회장은 경영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를 이뤄냈고, 1988년엔 1940년대 설립된 국내 1호 선사인 대한선주를 인수하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로 올라섰다.

2002년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뒤 한진그룹이 넷으로 나뉘면서 한진해운은 3남 고 조수호 회장이 맡았다.

때마침 글로벌 해운 호황기를 맞아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약 170척의 선박으로 전 세계 70여개 정기 항로를 운영하며 연간 1억톤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국내 최대 규모 해운 기업이자 세계 7위 선사로 발전했다.

한진해운은 조수호 회장이 2006년 타계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았으나, 해운업 불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장기화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기 시작한 것이다.

해운업 위기의 근본 원인은 경기 침체로 인한 물동량 급감과 운임 폭락 때문이다. 여기에 IMF 체제 이후 우리 정부의 '200% 부채비율 룰'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축소하라는 규정때문에 해운업체들이 갖고 있던 배를 대부분 팔고, 빌려쓰게 되면서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장기 계약'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지금 빌려쓰는 배 대부분은 해운업계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후반에 빌린 것들인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침체로 해운업계 불황이 오면서 용선료의 덫에 걸린 것이다. 운임은 3년새 반토막이 났지만 용선료는 현 시세의 5배가 넘으니 이윤이 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조양호 회장은 2년여전인 2014년 위기의 한진해운을 맡아 한진그룹 자회사로 편입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한진해운 정상화를 이룰때까지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진해운은 2014년 2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엔 36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회생의 빛도 비쳤다. 하지만 글로벌 해운 업황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부채가 5조6000억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진해운이 점점 어려워지자 최은영 회장 일가는 지난 4월 21일 마지막까지 들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96만7927주(0.39%)마저 전량 매각했다.

4월 25일 한진해운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3개월 조건부 자율협약 신청을 하면서 4211억원에 이르는 자체 자구안을 제출했다.

이어 5월 4일 한진해운은 3개월 스케줄에 1개월 추가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의 채권단 자율협약을 시작했다. 그러나 3개월만에 자구안 제출을 완료하고 용선료 인하, 선박금융 상환유예, 비협약채권(사채 등) 채무 재조정을 골자로 하는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기엔 무리였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25일 채권단 실무자회의에서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을 9월 4일까지 한 달 더 늘리자는데 합의했다. 8월 16일 채권단은 한진그룹 측에 한진해운을 위한 자구안을 19~20일 사이에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채권단은 내년말까지 한진해운의 부족 자금 규모가 1조원~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7000억원 규모 자구안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한진그룹은 그러나 데드라인을 넘긴 지난 25일 채권단에 5600억원 규모 자구안을 제출하는데 그쳤다. 자구안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4000억원과 조양호 회장의 사재출연이 1000억원 미만 규모에서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30일 채권단은 이 자구안에 대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신규 자금 지원 불가 방침을 밝힘에 따라 법정관리가 불가피해졌다.

법정관리행이 되더라도 한진해운이 앞으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의 경우 법원에서 청산 결정이 내려진 후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이 인수합병하면서 살아난 바 있다. 법원이 결정한 청산가치 이상으로 입찰할 경우 인수(M&A)가 가능한데, 국내에 인수를 할만한 기업이 마땅치 않아 해운업계에서는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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