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기름 한방울과 혈세 한방울

머니투데이 채원배 사회부장 | 2016.08.30 06:15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 어려서부터 에너지 절약 교육을 받으면서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 보다는 자원 개발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아예 해외 자원 개발을 전면에 내걸었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와 석유공사는 자원 개발에만 매달렸다. 기름 한방울 더 얻기 위해서는 혈세가 줄줄 새는 것은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급기야 해외 부실 정유사를 인수해 1조3000억원의 국고 손실까지 초래했다. 막대한 혈세를 날렸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법원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석유공사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얘기다. 해외 부실 정유사를 인수해 회사에 55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영원 전 사장이 지난 26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월 1심 판결 이후 검찰의 2인자로 불리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공개적으로 "회사에 5500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1조3000억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했는데,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단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항소심 판단도 달라지지 않았다. 강 전 사장의 임무 위해행위 및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항소심의 판단이다. "2011년 이후 하베스트 사업 부문의 영업손실은 인수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서부텍사스산 중질유와 두바이유 사이의 가격 역전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게 재판부가 밝힌 무죄 이유다. 또 인수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 지불은 유사한 기업인수 사례의 경영권 프리미엄과 비교할 때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인수 가격이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오래 전부터 석유공사의 M&A(인수·합병)와 그 이후의 문제점을 지켜 본 기자 입장에선 납득이 되지 않는다.


머니투데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7년전인 2009년 10월 말과 11월 초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단독기사를 잇따라 보도했다. 당시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를 출입하는 두 기자는 캐나다 증시보고서를 분석하고 현지 언론, 국내 M&A 업계 등을 취재한 결과를 기사로 썼다. 그게 바로 2009년 10월29일 머니투데이 1면 머릿글을 장식한 '석유공사, 너무 퍼준 해외 M&A'였다, 이어 '석유공사 뒷감당에 혈세 2조', '석유공사, 하베스트 확인매장량 부풀렸다', '석유공사, 불리한 옵션 또 숨겼다' 등을 잇따라 보도했다.

당시 머니투데이 기자들도 손실 가능성을 알 수 있었고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 석유공사가 이를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는 대규모 적자 상태인 대우조선을 인수하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47%를 더 주는 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판결문을 검토한 후 대법원에 상고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사건이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석유공사에게 어떤 식이든 패널티를 주고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름 한방울 더 얻는다는 미명 하게 혈세가 줄줄 새는 일이 또 다시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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