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지트릭스 본사에서 만난 김도식 대표는 2001년 국내 최초 야구 모바일게임 '포켓야구'를 개발한 1세대 모바일 게임 개발자다. 간단한 숫자 조작만으로 역동적인 스포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포켓야구'는 당시 오목이나 카드 게임 일색이었던 국내 모바일 게임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켓야구'는 당시 국내 최초 100만회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다. 다운로드 비용이 15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익을 거둔 셈이다. 김 대표는 이후 복싱, 테니스,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 장르 전문 게임시장을 개척했다.
김 대표는 "당시 월정액 모델도 도입해 연간 2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자신감이 넘쳤다"며 "야후에서 100억원의 인수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거절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16년 만에 판타지 스포츠 장르의 '판타지스타디움'을 갖고 모바일 게임 업계로 돌아왔다. 김 대표는 '포켓야구' 이후 온라인 RPG(역할수행게임) 게임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판타지스타디움'은 김 대표가 '포켓야구'를 개발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내놓은 승부수다. 김 대표는 17년간 사회인 야구단으로 활동할 만큼 야구광이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를 아이템으로 다시 게임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야구를 좋아하고, 놀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판타지 스포츠는 유저들이 직접 가상의 스포츠 구단을 만들어 실제 선수들의 성적과 연동돼 다른 사람들과 대결하는 게임이다. 미국에서는 매년 40% 넘는 성장을 보일 만큼 블루오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 대표는 "단순 대결 게임인 미국과 달리 TCG(트레이딩카드게임) 요소를 추가해 게임 성격을 강화했다"며 "판타지 스포츠가 도박 성격이 많지만 '판타지스타디움'은 스포츠 소셜 카지노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TCG 요소를 위해 프로야구 웹툰으로 유명한 최훈 작가와 손잡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프로야구 선수협회 등과 초상권 사용계약을 맺고 선수들의 캐릭터 카드를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6월 OBT(공개서비스)를 시작한 뒤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150만명이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김 대표는 "하루 방문자의 60%가 재접속을 할 만큼 게임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며 "성장이 정체된 국내 스포츠 게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년엔 글로벌시장 에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트릭스는 이달 미니프린터 전문기업 세우테크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 자금은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아이템으로 한 글로벌 버전 '판타지스타디움'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판타지스타디움'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테스트 성격"이라며 "5000만 유저 공략이 가능한 미국 판타지 스포츠 시장에서 '판타지스타디움'으로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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