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가시화…'진퇴양난' 한국은행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6.08.28 14:35

옐런 잭슨홀 미팅서 예상보다 강한 금리인상 시그널…가계부채 급증세 속 하반기 경기둔화 우려에 통화정책 고민 커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미국이 예상보다 강한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내자 국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미국을 따라 곧바로 금리를 올리기도 어렵지만 일본이나 유럽처럼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이해서다.

◇ 금리인상 시그널 던진 옐런=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몇 달간 (연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요건들이 강화됐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고용지표의 견조한 증가세와 성장률, 인플레이션 등을 근거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최근 연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옐런 의장의 이날 발언은 시장에 ‘연내 금리인상’ 시그널을 확실히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더해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연내 2회(9월, 12월) 인상’ 가능성도 밝혀 시장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미국(0.25~0.50%)과 우리나라(1.25%)의 금리 격차는 0.75%~1%포인트다. 미국이 연내 한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격차는 0.50~0.75%포인트로 좁혀진다. 만약 2회 금리인상을 할 경우에는 0.25~0.50%포인트로 줄어든다.

한은은 연내 미국 금리인상은 어느 정도 예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6월22일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1~2회 인상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은이 앞선 6월 금통위에서 1.25%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뒤의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전까지 시장 분위기가 9월보다 12월에 무게를 뒀다는 측면에서 금리인상 시기가 다소 빨라진 가능성에 경계하는 분위기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사진=로이터

◇ 우리나라에 어떤 파장을 미칠까= 미국 금리인상은 우리경제에 ‘악재’다.

우선 신흥국 투자자금 유출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이 9월로 앞당겨질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이런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9개월 연속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다. 이 기간 이탈한 자금은 266억달러(약 30조원)에 이른다. 그리스 재정위기, 중국 경기둔화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된 가운데 미국이 지난해 12월 9년 만에 단행한 금리인상도 영향이 컸다.

다만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3700억달러 안팎으로 예전과 비교해 많고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연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등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다른 신흥국과 달리 외국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자금유출 위험이 줄었더라도 넘어야할 산은 또 있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여타 신흥국 경제불안이 가중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수출부진이 더 심화될 수 있다. 경제 불확실성으로 가계소비, 기업투자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

◇ 운신 폭 줄어든 한은, 추가 금리인하 어려워졌다= 한은의 통화정책 운신 폭은 한층 좁아졌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와 맞물려 추가 금리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부진을 고려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왔고 때로는 선제적 금리인하를 하면서 시장 기대심리를 조절했는데 앞으로 이런 대응이 어려워졌다.

한은 금통위가 지난 6월 금리인하를 한 배경에는 미국 고용지표 악화에 따른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과 유럽과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충격흡수 등이 전제돼 있었다.

당초 시장 안팎에선 9~10월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번 옐런 발언으로 내달 9일 예정된 9월 금통위는 동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게 중론이다. 시장 관계자는 “미국 9월 FOMC가 20~21일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보다 앞서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는 일단 금리를 동결한 뒤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옐런 의장 연설보다 이를 연 2회 인상 가능성으로 해석한 피셔 부의장의 발언 때문에 역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외환시장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지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28일(현지시간) 역외 원/달러 환율은 1122원으로 지난 26일 마감가인 1113.7원보다 8.3원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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