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뽑는다면서 1등주의·갈등 부추기는 서울대 지균전형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6.08.29 04:20

전교 1등 아니면 응시하기 힘든 전형… "열악한 학교에는 정원 늘려야 해"

서울대 정문 / 사진= 서울대 총동창회
#. 현재 서울대 1학년생인 A양은 모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1월 학교를 상대로 '징계조치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A양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로부터 받은 '서면사과' 징계를 무효화 하기위한 소송이었다. 법원으로부터 학교와 화해 권고를 받은 A양은 학교와 합의해 징계 기록을 합법적으로 지울 수 있었다. 그해 8월 A양은 학교장 추천을 받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응시해 합격했다. 하지만 당시 학폭 피해자였던 B양이 이 같은 조치가 불공정하다며 학교와 A양에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논란은 2년 째 진행 중이다.

#.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강원도 모 고교 3학년 B군이 소속 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학교장 추천 효력정지 및 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을 심리 중이다. 2017학년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응시를 준비해 온 B군은 자신보다 교과 성적이 낮은 2명의 학생이 추천을 받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B군 측은 "교과 영역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추천된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학교 측은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선발을 했다"는 입장이다.

'전교 1등 리그'로 불리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추천 절차를 둘러싼 공정성 논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지균전형에 1등이 추천받는 관행이 굳어지면서 소외된 지역의 인재를 배려하는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시모집 기간이 다가오면서 대부분 학교가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추천 절차를 지난주에 마무리했다. 추천인은 학교장이지만 학교장이 마음대로 학생을 추천할 수는 없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학교마다 추천자를 선정하는 절차, 기준이 내규로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한 자율형사립고는 추천전형위원회를 통해 추천 후보 학생을 2~3배수로 추린 다음 학부모, 학생 면담을 통해 최종 추천 학생을 가린다. 이를 통해 전교 1등이 아닌 학생도 서울대 지균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절차를 거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내신 1등이 학교장 추천을 받는 게 보통이다. 학교마다 서울대 지균전형에 추천할 수 있는 인원은 단 두명이다. 이 때문에 내신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 게 가장 공정하고 뒷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서울 모 사립고 교사는 "서울대 지균전형은 내신 1등급대 최상위권 학생들만 경쟁하는 전형"이라며 "당연히 우리학교도 1등에게 먼저 우선선택권을 주는데 이 학생이 지균전형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면 2등, 3등에게까지도 기회가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행 때문에 학교 현장에선 전교 1등이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의혹도 나온다. B양의 어머니인 김모씨 역시 "딸이 몇 번이나 피해사실을 학교에 호소했음에도 학교는 A양을 두둔하기만 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A양을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학교가 학교생활기록부를 철저히 관리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 모 일반고 3학년에 재학 중인 C군은 "우리학교 1등 역시 서울대 지균전형을 추천받았는데, 이 친구가 다른 대학 학교장 추천전형에도 응시하는 바람에 아랫 등수 학생들이 줄줄이 추천을 못받았다"며 "내신 순으로 하다보니 상황에 따라선 1등이 추천전형을 독식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지균전형은 수도권 학생들에 비해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제도다. 본래의 취지와 달리 학내 구성원의 갈등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1등 주의', '학교·학과 학벌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안선회 중부대 원격대학원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는 "서울대 지균전형은 교육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는 학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현재는 학력 중심의 경쟁을 강화시키고 대학 입시의 불공정 논란을 학교 현장까지 확산시키는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며 "서울대가 정말로 지역인재를 균등하게 선발하고 싶다면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는 추천 인원을 확대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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