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광고 그대로 믿었다간…" 피해봐도 발만 '동동'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6.08.30 05:01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건설 중인 'G아파트' 조감도. 단지 앞에는 연못과 수목이 어우러진 형태의 기부채납 공원이 조성되는 것으로 홍보돼있다. /사진제공=해당 건설사 홈페이지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 당시 광고한 사실과는 다른 형태로 시공되거나 입지 조건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려한 공원 계획과 학교, 역세권 등을 내세워 분양에 나서지만 시공 과정에서 설계가 바뀌거나 도시계획이 변경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금천구 독산동에 시공 중인 'A아파트' 수분양자들은 최근 시와 금천구 등에 사기분양 의혹 조사요청 민원을 접수했다. 연못과 수목이 어우러진 멋진 공원으로 가상의 조감도를 제시해 분양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에 입주가 얼마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 수변공간 없이 잔디만 깐 상태로 공원조성 계획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지상 최고 47층 3271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조성 중인 해당 아파트는 민간사업자가 군부대 이전부지를 매입해 2014년 분양한 사업장이다.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용도지역 변경 혜택을 받는 대신 사업자는 부지 일부를 공원으로 조성해 구에 기부채납하도록 계획됐다.

단지 남측에 1만6530㎡면적으로 조성되는 기부채납 공원은 분양 당시 연못과 수목이 어우러진 형태의 조감도로 홍보가 이뤄졌다. 청약 당첨자들은 홍보 내용만 믿고 계약을 맺었지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조경계획은 바뀌었다.

금천구에 따르면 당초 연못으로 계획된 자리에는 시립미술관이 들어선다. 서울 서남권의 부족한 문화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구가 기부채납 공원 안에 시립미술관 건립을 서울시에 제안하면서 조경계획이 바뀐 것이다.

금천구 관계자는 "연못보다는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공공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계획을 변경한 것"이라며 "기부채납공원은 공공시설인 만큼 도시계획 상 필요하다면 용도나 계획의 변경은 수시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못공원이 조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수분양자들은 갑작스런 계획 변경에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수분양자 일부는 도시계획 상 변경이라도 주민공청회 없이 조경계획을 바꾼 것에 항의하며 시와 구 등에 원래 계획대로 시공해 줄 것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금천구 사례 외에도 허위·과장 분양광고를 의심하며 건설사와 수분양자들이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사례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경기 평택시에 5600여가구 대단지로 조성 중인 'B아파트'는 분양 당시 광고했던 셔틀버스 계획이 불투명해지자 수분양자들이 건설사에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사는 입주자들을 위해 단지에서 SRT(고속철도) 지제역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20년 동안 무료로 운행하겠다고 광고했지만 지자체로부터 운행허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수분양자들은 "사기분양"이라며 분노했다. 이에 대해 해당 건설사는 "분양 당시 계획 변경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한 부분으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허위·과장 광고로 의심되더라도 홍보책자나 계약 당시 계획변경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면 수분양자들은 사실상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대법원에서도 이와 관련한 판결이 나왔다. 아파트 옆에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분양광고가 지켜지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는 수분양자들의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월 "사업시행자가 입주자 모집공고에 '학교 설립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며 허위·과장 광고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전철이나 도로 등 정부·지자체의 기반시설 계획을 홍보에 이용했다가 이 계획이 실제 실현되지 않더라도 이를 인용한 광고를 허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선분양 후시공이라는 우리나라 분양시장의 특성상 소비자들은 허위·과장 광고나 설계변경 등으로 인한 피해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계약하기 전 홍보책자에 명시돼있는 주의사항 등을 잘 살펴보고 설계내용이나 계약 사항들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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