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그대·대장금 만든 '기록의 강국', 세계에 알리겠다"

머니투데이 대담=채원배 사회부장, 정리=남형도 기자, 사진=임성균 기자  | 2016.08.30 04:50

[머투초대석]이상진 국가기록원장 "역대 최대 규모 '세계기록총회'서 한국 기록유산과 디지털 기록 기술 소개…'기록 한류' 이끌겠다"

이상진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은 "세계기록총회 개최를 계기로 '기록 한류'를 불러 일으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사진=임성균 기자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 동안 매일 같이 왕에 대한 보고 내용과 왕의 지시사항이 빠짐 없이 기록돼 있어요. 1707권, 5000만자에 달하는 대단한 기록입니다. 권력의 개입을 막기 위해 당대 왕들이 못 보게 했어요. 질적으로도 우수한 겁니다."

이상진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54)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기록문화의 강국'이라며 대표적 사례로 조선왕조실록을 꼽았다. 총 1억1000만건에 달하는 기록물을 관리하는 국가기록원의 수장인 그는 한국이 현대에 와서도 최첨단 디지털 기록관리 기술로 기록물 250만건을 이관하며 선도 중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기록문화 우수성을 기반으로 국가기록원은 기록분야에선 세계 최대 국제행사인 '세계기록총회' 유치를 성사시켰다. 내달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서 열리는 이번 총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2000여명이 참가한다. 메인행사인 학술회의에선 63개국의 전문가들이 총 246편의 학술 발표를 진행한다. 개최국인 한국의 '특별세션'과 '기록전시회' 자리도 마련됐다.

이 원장은 이번 총회에서 전통적으로 기록문화 강국이었던 한국을 소개하고, 세계 기록문화계의 화두인 '디지털 기록'의 선도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이 원장은 "과거 기록문화 강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일제시대를 거치며 침체기를 겪었는데, 이번 총회를 통해 전 국민이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으면 좋겠다"며 "더 나아가 세계 각국에서 '기록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 원장을 만나 기록문화 강국인 한국의 면모와 기록의 중요성, 세계기록총회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상진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사진=임성균 기자

- '세계기록총회'는 어떤 행사인가요.
▶세계 기록총회는 전 세계 기록인들이 4년에 한 번씩 모이는 총회입니다. 유네스코 3대 문화 기구 중 하나인 세계기록물관리협의회(ICA)가 주최하는 기록분야 최대 국제 행사이기도 합니다. 기록문화 강국인 한국을 알리고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해 2011년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프랑스와의 유치 경쟁이 치열했어요.

- 이번 총회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세계 190여개국에서 유료등록을 한 인원만 2000명이 참석합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행사까지 포함하면 수만명이 관람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메인인 학술발표 행사도 역대 최대 규모로 63개국에서 246편을 발표합니다. 전통적인 기록관리 논문도 있지만 디지털 기록관리 논문이 약 70여편 정도 됩니다. 기록물이 디지털 시대에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한국 특별 세션'이 있습니다. 우수한 한국의 우리나라 논문이 약 20편 이상이 발표됩니다. 한국의 우수한 전통기록문화와 디지털 기록관리 등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입니다.

- 한국이 '기록문화 강국'이라는데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세계기록유산이 총 13건입니다. 세계 4위, 아시아 1위입니다.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해례본, 직지심체요절, 고려대장경판, 난중일기, 새마을운동 기록물 등이 모두 세계기록유산입니다. 특히 ICT 강국인 한국은 디지털 기록관리에 있어서도 최첨단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종이기록 1500년 시대를 마감하고 전자기록시대를 여는 이관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해는 238만건을 디지털 기록물로 옮겼고, 올해 392만건을 추가로 완료합니다. 전세계 최초이고, 전자기록을 도입하려는 나라들이 굉장히 주시를 하고 있습니다.


- 디지털 기록관리는 편리한 만큼 취약점도 있지 않습니까.
▶이번 총회에서 '서울선언'을 채택하는데, 주제가 '사라지는 디지털 기록에 대한 관리'입니다. 디지털 기록이 편리하고 많이 생산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취약성도 3가지 있습니다. 워낙 많아서 관리가 취약하다는 점이 첫째입니다.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삭제로 영영 없어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무한복제가 가능해 진본인지 확인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종이기록 시대만 해도 서명이 전부 들어가 확인이 쉬웠습니다. 마지막은 기록매체가 계속해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부터 CD를 거쳐 지금은 USB까지 매체가 계속 변해 기록물을 계속 이동시켜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록이 깨지는 등의 어려움이 생기게 됩니다.

- '서울선언'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기록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각국의 법 체계에 반영토록 하자는 것입니다. 또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디지털 기록관리의 원칙, 방법, 권고사항 등 정책도 개발하자는 취지입니다. 디지털 기록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재정을 확충하자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상진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장./사진=임성균 기자

- 기록이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데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수많은 한류 히트 작품들이 조선왕조실록에서 기인한 것이 많습니다. 대장금과 별에서 온 그대, 동이 같은 사극들이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들에서 만들어 졌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를 예로 들면, 1609년 9월 25일 광해군일기에 강원도에서 목격된 화광(UFO)에 대한 보고가 나옵니다. 광해군일기에는 화광에 대한 기록만 모두 17번이나 나옵니다. 강원도에서만 다섯 곳에서 화광이 목격됐는데, 세숫대야나 호리병 등 모양도 기록돼 있습니다. 대장금도 중종이 가장 아끼던 의녀로 상을 받은 기록이 수없이 많습니다. 기록은 현 정부 국정과제인 문화융성과 창조의 원천이라 볼 수 있습니다.

-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기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록산업은 수백억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힘이 있습니다. 유형적으론 전통적인 한지부터 광디스크, 시청각 기자재 등이 있습니다. 무형의 가치도 중요합니다. 기록이 축적되서 역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단 점이 더 중요합니다. 알파고는 과거 경험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구글은 아카이브 왕국이라 불리며 기록을 축적해 디지털시대를 선도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유수의 대기업들 조차 아이디어들이 축적이 잘 안돼 있습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처음부터 시작하곤 합니다. 축적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서 정착돼야 기업과 공공기관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 그런 점에서 보면 국가기록원은 '기록의 보고'라 불릴만 한 것 같습니다.
▶국가기록원은 영구문서 보존서고 역할을 하던 '정부기록보존소'에서 출발했습니다. 2004년 국가기록원으로 확대·개편된 후 국가기록관리 제도의 기틀을 다져왔습니다. 성남·세종·대전·부산에 서고가 5개 있고, 면적이 5만㎡입니다. 조선왕조실록부터 일제침탈, 항일운동 기록, 행정·외교·통일·경제 기록물, 대통령 기록물까지 약 1억1000만건의 기록을 수집했습니다. 민간이 소장하거나 생산한 기록물도 선별해 수집하고 관리합니다.

- 이번 총회를 통해 '기록 한류'를 일으키고 싶다 하셨는데, 어떤 건지요?
▶이번 세계기록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서 우리나라 기록관리의 수준과 역량을 한 단계 높이고 싶습니다. 특히 ICT 기술 기반으로 디지털 기록관리 선도 모델을 제시하고 전세계가 구체적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기록 한류'를 일으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존에 개발도상국에 전자정부가 여러번 수출된 적이 있는데, 전자기록관리도 수출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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