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검찰-피조사자 악연…檢 수사 중 극단적 선택 되풀이

뉴스1 제공  | 2016.08.26 10:15

성완종 전 회장 등 목숨 끊는 기업인 많아
우병우 수사관여 때 노무현 전대통령 자살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롯데그룹 내 2인자로 불리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69)이 검찰의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과 피조사자 간의 악연이 또 되풀이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6일 오전 7시10분쯤 경기 양평군 서종면 강변 산책로에서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의 피의자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어제 저녁에 운동을 하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의 수사가 조여오는 상황에서 부담감을 느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검찰에서 자칫 진술을 잘못할 경우 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검찰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기업인으로는 지난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당일 북한산 형제봉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있다.

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던 중 회삿돈 250억여원을 횡령하고 800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 95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당시 정부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성 전 회장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성 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지난해 4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왜 자원외교 비리의혹 수사의 표적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등 억울함을 토로했다.

성 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 당일 잠적했다가 숨진 채 발견됐지만 주머니에 남아 있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때문에 성 전 회장의 로비 상대방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이때문에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66)가 오히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결국 기소되기까지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본부 출범식에 참석하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69). (뉴스1DB) 2016.8.26/뉴스1

또 2003년 3월 '대북송금사건'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수사를 받던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도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본관 집무실에서 몸을 던졌다. 정 전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검찰의 수사를 앞두고 심적인 부담을 느껴 목숨을 끊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 대한 인사청탁 의혹을 받던 중 한강에 몸을 던진 고 남상국 전 대우건설 회장,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관련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목숨을 끊은 고 김광재 전 한국도시철도공단 이사장 등이 검찰수사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기업인으로 거론된다.


윤의국 전 고려신용정보 회장(67)은 KB금융 인터넷 전자등기사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중 한강에 몸을 던졌지만 지나가던 시민에 의해 구조된 바 있다.

현재 횡령, 직권남용 등 혐의로 특별수사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49)이 수사를 지휘한 사건에서도 피조사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잦았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2009년 5월 23일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뒷산에서 투신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가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너무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다, 부정부패를 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어 외롭고 답답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된 의혹으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우 수석은 대검 중수1과장으로 이 수사의 주임검사를 맡았다.

특히 우 수석은 백브리핑 형식을 통해 언론에 노 전 대통령과 가족들에 대한 피의사실을 마치 중계하듯이 알려 노 전 대통령 자살의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임채진 검찰총장과 수사 책임자인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옷을 벗었다.

또 우 수석이 기획·지휘한 '정윤회 문건' 사건 수사 당시에도 문건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경찰관 중 1명인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됐다.

당시 최 경위는 유서를 통해 "민정비서관실에서 너(한 경위)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며 민정비서관실의 회유 시도를 시사하기도 했다.

동성여객 로비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고 안상영 전 부산시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인사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고 박태영 전 전남지사, 관내 전문대 설립 관련 뇌물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던 고 이준원 파주시장, 안기부·국정원 도청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고 이수일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등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로 발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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