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다 죽여 버려" 日 '헤이트 스피치' 원인이 아베 총리?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 2016.08.27 03:10

[따끈따끈 새책]노 헤이트 스피치…차별과 혐오를 향해 날리는 카운터펀치

1923년 9월1일 일본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도쿄 일대에는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6000명이 넘는 조선인이 학살됐다. 그리고 90년이 흐른 2013년 2월9일 도쿄 일대 거리에서는 "착한 한국인, 나쁜 한국인 같은 건 없다, 다 죽여 버려"라는 시위대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최근 몇년 새 일본에서는 국수주의 청년들이 모인 일본판 일베(일간베스트)인 '재특회'가 일본 사회 내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선동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혐오는 우리들 한국인을 향해 있다.

간바라 하지메 변호사는 재특회가 가장 '증오하는 남자'이다. 그는 재특회 반대 조직인 '시바키 부대' 멤버이자 노동·인권 관련 소송에서 약자를 대리하는 변호사이다. 2014년 발렌타인데이에 평화헌법을 부정하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 초콜릿과 함께 헌법 책을 선물로 보낸 인물이기도 하다.

책 '노 헤이트 스피치'에서 그는 '헤이트 스피치'를 인종이나 성별처럼 개인의 의지로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을 들어 사회로부터 '배제'하자고 하는 '부조리한 차별'이며 '약자에게 가하는 집단 따돌림'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혐한 발언을 일삼는 재특회를 '인종주의자'라고 비판하며 혐오 발언은 언론의 자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배제'의 언어는 소수자가 일본사회에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폭력일 뿐이다. 저자는 일본은 관동대지진 때 혐오성 유언비어로 조선인을 학살한 역사적 과오가 있다며 제노사이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일본 내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횡행한 원인에 대해 학자들은 대체로 사회 불안, 특히 경기 불황과 고용 불안을 지목한다. 한국에서 '일베'의 등장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한 시각이다. 하지만 저자는 2000년대부터 차별적 발언이 정치인들의 입과 미디어를 통해 쏟아져 나왔고, 이것이 아베 정권의 차별 정책과 맞물리며 사회적인 혐오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본다.

헤이트 스피치 규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견지한다. 소수자가 '자기 정체성을 보유하며 살아갈 권리'를 침해받으므로 헤이트 스피치를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지난 5월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이 통과됐다.

하지만 법보다 강한 힘은 역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본다. 법적으로 인종주의자들을 규제하더라도 문화적 측면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헤이트 스피치는 근절될 수 없다. 저자는 그래서 한국 청년들에게 일본 청년들과 문화적 교류의 끈을 놓지 말고 함께 혐오에 맞서 싸우자고 부탁한다.

◇노 헤이트 스피치=간바라 하지메 지음.홍상현 옮김.나름북스 펴냄.240쪽/1만5000원.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3. 3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4. 4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
  5. 5 "아이가 화상 입었네요"…주차된 오토바이에 연락처 남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