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실채권 출자전환'의 딜레마…"축배일까, 독배일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 2016.08.24 15:59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부실채권 문제를 대출금의 주식 전환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기업 대 기업 간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숨통을 터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준 은행들은 또 다른 잠재 리스크만 키우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장화’ 원칙 하에 부실기업 퇴출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던 정부가 이를 역행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중국 차이신과 증권일보 등에 따르면 국무원은 전날 ‘실질경제 기업의 원가 인하 업무 방안’(이하 방안)을 공포하고 앞으로 ‘기업 대 기업’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방안에는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와 인민은행,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유재산감독관리위원회, 재정부, 세무총국 등이 모두 참여했다.

특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잉 생산 해소와 과잉 레버리지 축소를 위해 특단의 조치로 통한다. 잠재력은 있지만 당장 부채 때문에 힘든 기업들이 한 고비를 넘길 수 기 때문이다. 예컨대 A기업이 B기업에 100억위안의 빚을 졌다고 할 때 A기업이 이를 A기업 주식으로 전환해 B기업에 줄 수 있다. 이때 주식전환 여부는 A, B기업의 상호 합의에 따라 결정되며, A기업 주가를 얼마로 인정해주고, 총 부채에서 어느 정도나 주식으로 전환할 지도 쌍방이 알아서 정하면 된다.

◇출자전환, '기업 대 기업' 부실채권 해결 실마리

사실 중국 경제에서 기업 간 대출 부실화는 큰 잠재 리스크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일정규모(연 매출 500만위안) 이상 공업기업의 매출채권 규모는 11조4500억위안(1924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7.9% 증가한 것이다. 같은 시점 국유기업이나 그 계열사들의 매출채권도 2조5400억위안으로 전년대비 8.4% 증가했다. 물론 이 같은 매출채권이 모두 부실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개별기업들의 실태는 심각하다.

중앙 국유기업인 중국건축그룹은 공사를 시켜놓고도 대금을 주지 못한 미납액은 200억위안으로 이중 지급 기한을 넘긴 금액만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영기업인 오광그룹도 대출채권이 120억위안으로 역시 60%는 지급 기한을 넘겼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광그룹이나 중국건축그룹이 매출채권을 갚는 대신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면 자금난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잠재 리스크만 더 키우는 꼴" 은행권 반발 심각

그러나 부실채권의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시중 은행들은 대출금 주식 전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번 방안이 ‘기업 대 기업’ 뿐 아니라 ‘기업 대 은행’ 부실대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의 대표 철강기업인 중강그룹(시노스틸)이 이 수순을 밟을 수 있다. 중강그룹은 계열사만 72개사로 총 부채가 1000억위안을 넘는다. 여기에는 80개가 넘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750억위안도 들어있다.

현재 중강그룹은 채권단 대표인 중국은행과 채무 조정안을 협의하고 있는데 1000억위안에 달하는 부채를 600억위안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이중 200억위안의 부채는 주식 전환으로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중강그룹은 이 채무 조정안을 중국 정부에 보고한 상태로 정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해당 기업의 체질 개선이나 대출금 성격을 구체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주식 전환은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미 부실대출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에게 대출금 주식 전환은 시한만 늦춰주는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랴오닝성 산하 부실기업인 동북특강 채권단은 채무금액의 70%를 동북특강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는 랴오닝성 정부 방침을 정면에서 거부했다. 텐진시도 산하 국유기업인 보하이철강의 대출금 주식 전환을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자 아예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 보하이철강에 연리 3%를 대출해주겠다고 나섰다.

◇부실채권 출자전환, 정부 구조조정 의지 꺾을수도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과잉 생산 업종이나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식 전환은 정부 의지를 반감시킬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기업 부실채권 리스크를 반드시 줄여야 하는 상황과 되레 더 큰 부실자산을 키울 수 상황 속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밝혔다.

중국의 중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54%(2015년말 기준)로 이중에서도 기업 부채는 GDP 대비 171%에 달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기업들의 기업 부채 비율이 GDP 대비 100%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그만큼 중국 기업들이 증권이나 채권 같은 자본시장보다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자금을 많이 빌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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