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1%도 OK" 위험 싫어 은행에만 몰리는 돈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한은정 기자, 최석환 기자 | 2016.08.25 05:05

[초저금리 역설]은행예금 총잔액 1200조 첫 돌파..MMF 설정액도 연일 사상 최고

시중에 0%대 정기예금 금리가 등장할 정도로 초저금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예금, 보험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증시 등 투자시장으로 돈이 몰린다는 유동성 장세는 옛말이 됐다. 불확실성을 극도로 꺼리는 고객들은 리스크 있는 수익보다 원금보장 같은 안전에만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중 자금을 안전자산으로 이끌고 있다고 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기업구조조정,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 등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하다 보니 가계나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일단 원금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자산에 묻어둔다는 얘기다.

◇은행 예금 총 잔액 사상 첫 1200조 돌파= 24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예금 총 잔액은 1200조9007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200조원을 넘어섰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6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조9000억원 늘었다. 생명보험업계과 손해보험업계 부보예금(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보험료를 내는 예금)은 1분기 말 기준으로 498조8000억원과 144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각각 2.5%, 5.2% 늘어나는 등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과 향후 미국금리 인상 등 불확실한 금융환경이 조성되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우선 원금보장에 무게를 두면서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으로 몰린 자금의 대부분은 대기성 자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기에 투자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가 쉬운 자산에 돈을 잠시 넣어 두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의 수시입출식(요구불예금 포함) 예금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535조200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 22조5000억 원이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수시입출식 예금 증가액은 정기예금보다 8조6000억원 많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예금은행의 만기 1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말잔 기준)도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반면 1년 이상 중장기 예금의 잔액은 줄었다"며 "이들 자금은 수익률을 좆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돈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MMF로 몰리는 돈 연일 사상 최대..주식형펀드 자금이탈은 지속= 저금리 투자처로 수혜가 예상되던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재테크의 꽃'이라 여겨지던 주식형 펀드에선 자금이 빠져나가고 단기 부동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돈이 쌓이는 모습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랠리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75조2317억원(22일 기준)으로 연초이후 6조156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75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여만으로 2007년 주식형 펀드 광풍이 불기 이전 수준으로 다시 후퇴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지난달부터 상승곡선을 타며 2000선 위로 올라오자 차익실현을 위한 환매로 자금 유출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7월 이후 유출된 자금만 3조1920억원으로 올해 빠져나간 자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은 MMF로 쏠리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이후에만 25조원이 넘는 돈이 유입되며 지난 18일 설정액이 131조9050억원에 달했다. MMF는 투자위험이 적지만 저금리 기조로 수익률은 낮다.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MMF의 평균 수익률은 2011~2012년 3%대에서 2013~2014년엔 2%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1.66%를 기록했다. 올 들어 MMF의 수익률은 0.86%로 연으로 환산하면 1.33% 수준이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형 펀드로도 올해 23조1451억원이 유입되면서 설정액 규모가 108조3842억원으로 불어났다. 채권형 펀드 시장에서도 역시 단기채 위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현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동안 박스권 하단에서 자금이 유입되고 상단에서 환매가 이뤄졌던 학습효과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며 "글로벌 유동성 확대, 양호한 기업 실적 등으로 박스권 탈피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박스권을 확실하게 뚫어주는지 확인이 되어야만 투자패턴이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금리로 풀린 자금이 부동화되고 있는 현상은 금융투자업계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다만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상품이나 해외주식, 채권 등 수익이 나는 곳으로 일부 자금이 눈을 돌리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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