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반도체 업계 불어 닥친 M&A '바람'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16.08.25 05:00

넥스트칩·아이에이 등 잇단 업체 인수 나서…자동차 등 신사업 강화 목적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인 칩스앤미디어가 최근 인수합병(M&A) 대상 물색에 나섰다. 이 회사는 반도체 안에 들어가는 수십 개 IP 가운데 영상을 압축·복원하는 비디오IP 분야에서 강세를 보인다. 거래처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마벨, NXP(프리스케일) 등 글로벌 업체들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약 120억원. 유형이 아닌, 무형의 기술을 라이선스·로열티 방식으로 공급하는 탓에 큰 폭의 실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호 칩스앤미디어 부사장은 "현금 200억원 가량을 활용해 M&A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우선 연내 얼라이언스(전략적 제휴)에 지분을 일부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궁극적으로는 업체 인수까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소 규모 반도체 업체들 사이에서 최근 M&A 바람이 불고 있다. 넥스트칩과 아이에이 등이 그 사례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팹리스'(Fabless) 업종에 속한다. 팹리스는 반도체 개발만을 전문으로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형태다. 때문에 비교적 소규모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팹리스 업체들은 그동안 모바일과 가전, 보안, 자동차 등 특정 반도체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며 일정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전에 주력해온 아이템이 최근 한계를 드러내며 무너지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과거 연매출 2000억원을 기록, 성공신화를 일궜던 코아로직이 오랜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최근 중국 업체에 매각됐다. 팹리스 업체들은 빠른 신사업 추진을 통해 중장기적인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M&A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넥스트칩은 최근 두 차례 걸쳐 업체 인수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AVM'(Around View Monitor) 등 차량용 전장에 주력하는 베이다스 지분 60.2%를 확보했다. 이달에는 통신서비스업체인 투아이피 지분 15%를 인수, 2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넥스트칩은 과거 보안용 반도체 분야에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 2013년부터 2년 동안 적자에 머물러야만 했다. 이 회사는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보안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베이다스 인수 등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이에이 역시 M&A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전력용 모듈업체인 하이브론 지분율을 51%에서 83%로 늘리기 위해 최근 16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아이에이는 지난해 전력용 반도체 업체인 트리노테크놀로지 지분 51%를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아이에이 관계자는 "인수한 업체들 간 시너지효과를 통해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전장 등 핵심 부품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는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하나의 아이템에서 성공을 거둔 후 추가적인 아이템을 확보하는 데는 대부분 실패했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시너지효과가 가능한 업체들 간 적극적인 M&A를 통해 빠르게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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