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100일…지금은?

머니투데이 한보경 기자 | 2016.08.24 05:30

'사건발생' 서초구 여성안심화장실 3개 불과, 앞다퉈 내놓은 여성 치안 대책 추진 더뎌…시민들 "체감 못해"

지난 5월17일 새벽 '묻지마 살인'이 발생한 서초구 한 화장실에 여성안심화장실이 설치돼 있다./사진=한보경 기자.
24일은 올해 5월17일 새벽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당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 정부는 앞다퉈 여성치안대책을 내놨지만 100일 가까이 사건 발생 장소 인근에 설치된 '여성안심 화장실'은 3개에 불과할 정도로 대책 추진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도 "사건 후 달라진 점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사건 직후 확산된 불안감은 무뎌졌고, 치안대책 요구마저 누그러든 모습이다.

◇사건 발생 서초구 여성안심화장실 3곳뿐= 지난 5월 강남역 인근 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숨진 사건이 일어난 이후 경찰은 6~8월 여성범죄대응 특별치안활동을 발표하는 등 정부 대책이 쏟아졌지만 시민들은 체감하긴 힘든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23일 현재 '묻지마 살인'이 발생한 서초구에 '여성안심 화장실'이 설치된 곳은 사건 장소를 포함, 3곳에 불과하다. '여성안심 화장실'은 긴급 상황에서 내부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면 112센터와 자동연결, 경찰이 긴급 출동하는 화장실이다.

서초구청은 공중화장실에 CCTV(폐쇄회로화면) 11대를 설치하고 공중·민간화장실 164곳(공중화장실 149개, 민간화장실 15개)을 비상벨을 갖춘 '여성안심 화장실'로 바꿀 계획이다. CCTV 설치에 2억3000만원, 비상벨 설치에 4100만씩 예산이 배정됐다.

구청은 다음 달 초 평가단을 구성, 현장실사를 거쳐 10월 중 내부심사 후 안심화장실 선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설치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사건 발생 반년이 지난 후에야 안심 화장실 설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치안 환경 조성 작업이 더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3일 오후 강남역 10번 출구는 변함 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시민들은 지난 5월17일 '묻지마 살인' 발생 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사진=한보경 기자.
◇시민들 "변화 체감 못 해"= 지난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확산됐던 불안감도 무뎌진 모습이다. 시민들 역시 "달라진 치안환경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직장인 여성 이모씨(34)는 "무서운 일이 있었다고는 하는데 특별히 강남역 근처를 지나다니면서 사건을 떠올리지는 않는다"며 "항상 사람이 많은 것 같고 사건 전후 큰 차이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정부 치안 대책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아직까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강남 인근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모씨(29·여)는 "사건 이후 그동안 특별히 대책이 있었느냐"며 "치안대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실제 위험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남역에 위치한 가게 아르바이트생은 "이 가게엔 그나마 CCTV가 있지만 비상벨은 설치돼 있지 않다"며 "사건이 나고 크게 달라진 점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자리를 잠시 비울 땐 관찰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가게사장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비상벨 설치 등은 환영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김모씨(31)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성안심 비상벨 설치를 하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라면서도 "화장실뿐 아니라 인적 드문 골목길이나 상가 비상계단 등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부 여모씨(33)도 "보여주기식으로 비상벨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게 운영됐으면 한다"며 "실제 위험한 곳을 중심으로 충분히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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