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다 히트', 누구의 권리도 아니다

머니투데이 정진길 변리사(해움국제특허법률사무소)  | 2016.08.24 10:06

[the L][특허읽어주는 남자]정진길 변리사(해움국제특허법률사무소)

가수 하하, 개그맨 박명수가 지난해 12월 경기 일산 킨텍스 1전시장에서 열린 '무한도전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기자
최근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박명수와 하하 중 누가 ‘히트다 히트’라는 유행어의 주인인지를 가리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여는 모습이 방영됐습니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6월 18일 방영된 무한도전에서 정준하가 ‘우리처럼 LA가려다가 못가고 계곡에 가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박명수가 ‘이건 세계의 히트에 나와야 해’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하하도 ‘우리 작은 아버지도 항상 히트다 히트라는 말씀을 하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무한도전 멤버들은 ‘히트다 히트’가 입에 착착 감긴다며, 다양한 상황에서 ‘히트다 히트’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하가 ‘히트다 히트’라는 문구를 사용한 온라인게임 광고를 찍었고, 박명수는 ‘히트다 히트’는 자신의 유행어인데 하하 혼자 광고를 찍은 것에 분개했습니다.

유행어가 된 ‘히트다 히트’, 박명수와 하하 중 누구에게 권리가 있을까요? 혹시 박명수나 하하가 아닌 무한도전 제작진 또는 방송사인 MBC에 권리가 있는 건 아닐까요? 많은 분들께서 방송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에서는 ‘하하가 자신이 광고로 취득한 이익 중 일부를 박명수에게 적정한 수준으로 분배하고, 히트다 히트의 소유권은 특정인의 것이 아닌 공공의 것으로 간주한다’고 해 조정이 마무리됐습니다.

위와 같은 무한도전에서의 결론이 법률적으로 적합한 것인지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히트다 히트’가 저작권으로서 보호되려면, 저작물로서의 자격, 즉 ‘저작물성’을 지녀야 합니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사상과 감정이 표현돼야 하고 창작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히트다 히트’와 같이 매우 짧은 단문으로 이루어졌으며, 예전부터 누군가에 의하여 혹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돼 온 문구는 창작성이 없다고 봐서 저작물로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법원의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비슷한 예로 대히트를 기록했던 영화 ‘왕의 남자’의 대사 중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가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도 법원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성 있는 표현이라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이러한 표현들을 저작권으로 보호하게 되면, 대중들의 표현을 제약하게 돼 오히려 저작권법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문화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히트다 히트’가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될 수 있을까요? 퍼블리시티권이라 함은 ‘사람의 초상, 성명, 음성 등 그 사람의 정체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그 표시된 사진, 성명 또는 들리는 음성으로부터 누군가가 떠오를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과거 '노브레인 서바이벌'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두 번 죽이는 거에요’는 아주 큰 히트를 치면서 누구든지 정준하를 떠올릴 수 있는 정도가 됐기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었습니다.

‘히트다 히트’로부터 대중들이 바로 박명수나 하하를 떠올릴까요? 이것은 주관적인 부분이라 판단하기 나름일 수 있고 무한도전의 애청자 입장이라면 ‘히트다 히트’로부터 박명수나 하하가 생각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보면 ‘히트다 히트’ 그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설령 ‘히트다 히트’를 알더라도 그로부터 곧바로 누군가를 떠올린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으므로 ‘히트다 히트’는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받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히트다 히트’는 저작권 및 퍼블리시티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고 한 무한도전 방송에서의 조정안의 결론은 타당합니다. 한편 하하는 어느 누구의 권리도 아닌 것을 자신이 출연한 광고에 썼을 뿐이므로 광고료 중 일부를 박명수에게 분배하라는 조정결정은 방송에서의 재미와 훈훈한 마무리를 위한 것일 뿐, 그렇게 해야 할 법률적 의무는 없는 것입니다. 반대로 박명수가 ‘히트다 히트’로 광고를 찍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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