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깨진 결혼, 집값 돌려받을 수 있나?

머니투데이 조혜정 변호사  | 2016.08.24 10:18

[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 ]

Q.

2주일 전 짐을 싸서 집을 나왔습니다. 결혼식 올린 지 두 달 만이네요. 마흔이 넘어서 한 결혼이라서 웬만하면 참고 살려고 했는데, 남편이 저한테 너무 많은 부분을 속인 걸 알게 돼서 이 사람을 믿고 평생 살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결혼 전부터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있어서 혼인신고는 아직 안 했고요.

4개월 전 중매를 통해서 남편을 만났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남편이 마음에 들었다기보다는 결혼이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 나이가 마흔을 넘겼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다가는 영영 결혼을 못할 거 같았거든요. 혼자서 노후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무섭기도 했고요. 남편이 저를 좋다고 한다길래 그냥 눈 딱 감고 결혼하자 하는 심정이었어요. 결혼준비 과정에서 이상하다 싶은 점들이 있었지만 일단 결혼하면 어떻게 되겠지 싶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직업과 학력을 속였던 거였어요. 게다가 지독한 구두쇠여서 생활비를 한 푼도 안 내려고 하더라고요. 가장 충격적인 건 결혼 안 한 상태에서 낳은 5살 아들이 있었다는 거예요.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저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남편한테 헤어지자고 통보하고 집을 나왔어요.

문제는 제가 신혼집 마련하면서 보탠 집값이예요. 집 나온 후 제가 남편한테 신혼집 사면서 제가 보탠 비용 700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어요. 남편은 자기는 헤어지는 데 동의 안 하니까 아직 우리는 부부라고만 하더라고요. 천하의 구두쇠라 그 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거 같아요.

혼인신고를 안 했는데도 헤어지는 데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제가 낸 집값 7000만원은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그 돈은 저의 전 재산이라 꼭 받아야겠어요. 제가 왜 이리 바보같은 결정을 했는지 후회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있어요.

A.

일단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먼저 드릴께요. 선생님과 남편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까 사실혼 상태로 볼 수 있는데 사실혼은 헤어질 때 아무런 절차도 필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도 필요없어요. 우리 법원도 사실혼은 일방의 의사에 의해서 해소될 수 있고 당사자 일방의 파기로 공동생활의 사실이 없게 되면 사실혼은 해소된다고 하고 있어요. 한 쪽이라도 같이 못 살겠다, 헤어지자 하고 따로 살게 되면 사실혼 관계는 끝이 난다는 거지요. 그러니까 남편이 헤어지는 데 동의를 안 했어도 선생님 혼자만의 결정으로 사실혼 관계는 이미 정리가 된 겁니다.

선생님이 신혼집 집값을 낸 것도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어요. 선생님 사례와 같은 경우가 종종 있어서 우리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게 있는데 그 판결에 의하면 사실혼관계가 단기간에 해소된 경우 결혼 후 동거할 주택구입 명목으로 준 돈은 형평의 원칙상 전액 반환돼야 한다고 해요. 이 판결에서는 사실혼 관계가 한 달 만에 파탄났는데, 선생님도 비슷한 경우니까 이 판결의 결론대로 될 거예요.


만약 남편이 끝내 선생님이 낸 집값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사실혼관계종료로 인한 재산분할청구라는 소송을 하셔서 받으실 수 있어요. 좀 번거롭긴 하겠지만 그 돈은 반드시 돌려받게 될 거니까 이 점은 안심하셔도 좋아요.

다음으로 지금 선생님을 괴롭히는 후회에 대해서 약간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선생님은 상대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을 결정하신 거였어요. 제 경험으로 보면 상대방을 잘 모르고 결혼을 결정하면 결혼 후 아주 짧은 기간 안에 파탄나는 경우가 종종 생기더라고요. 이런 분들의 사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첫째, 빨리 결혼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있다. 부모님 등 주변 사람이 빨리 결혼하라고 압박을 주거나 본인 스스로 결혼을 하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상대보다는 결혼 자체를 선택한다. 둘째, 자신이 결혼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선택했다는 이유에서 결혼을 결정한다. 상대방이 내 마음에 드는지는 별로 고려하지 않고 상대방이 나를 마음에 들어하면 결혼해서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결혼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셋째, 상대방의 외모, 직업, 학벌, 재산, 집안 등의 조건에 끌려서 결혼을 결정한다. 결혼하면 상대방이 가진 조건의 좋은 점만 누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오산이다. 결혼에서 조건은 양날의 칼인 경우가 많다.

아마 선생님도 비슷한 상황에서 결혼을 결정하시게 된 거 같은데, 그런 실수를 하시는 분들이 선생님만이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면 좀 위로가 되실까요?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는 존재니까 실수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그보다는 실수한 자신을 너그러이 용서해주고 선생님과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다시 찾아보시길.

조혜정 변호사는 1967년에 태어나 제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언론에 칼럼 기고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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