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억짜리 대우조선 컨설팅 보고서 보니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6.08.23 06:30

전체 60장에 '무형자산 브랜드 홍보 필요' 장광설…수준미달 증빙용 보고서 써주고 6년간 30억 받아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비리 수사와 관련해 남상태 전 사장의 로비 창구로 지목한 홍보대행사 N사의 대우조선해양 컨설팅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6년간 30억원을 받아낼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22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보고서는 '2009 대우조선해양(DSME) 기업 포지셔닝 컨설팅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쓰여 졌다. 제작을 기획한 홍보대행사인 N사의 제호가 중앙 하단에 붙었고 2009년 3월 31일자로 명기됐다.

목차는 'Prelude(서곡)'과 'Introduction(도입)', 환경분석, 미디어분석, DSME기업 분석, 경쟁사 분석, DSME포지셔닝, 'Appendix(부록)' 등 8개 부문으로 나뉘었다.

홍보대행사 N사의 2009년 대우조선해양 컨설팅 보고서.

먼저 서곡의 핵심은 기업가치가 유형자산에만 있지 않고 최근 들어 '브랜드' 등 무형자산에 더 비중 있게 의존된다는 주장이 담겼다. N사는 전략적 브랜딩을 위해 2단계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대우조선은 글로벌 기업으로 승격하기 위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홍보 컨설팅을 진행해야 하고, 이를 위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 및 실행하라는 권고가 이어졌다.

도입에선 '브랜드'에 대한 일반적인 강의가 6페이지 동안 길게 기술됐다. 조선업이 432억 달러의 수출액(2008년 SERI-삼성경제연구소 조사 기준)을 기록해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친 수출 1위 산업이고 대우조선이 이 산업계의 선두 기업이라는 점을 칭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N사는 대우조선에 대해 △2015년 매출 20조원을 올린 세계 최고 조선-해양기업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지속적 혁신체계를 갖춘 △신뢰와 열정의 혁신 리더십을 갖춘 회사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환경분석(STEP)을 통해 세계경기가 침체에 있고 현 정부(당시 이명박 대통령)가 한국형 뉴딜정책과 기업의 전략적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사는 앞선 경영환경을 근거로 대우조선의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를 적었다. 임직원과 주요 매체 관계자에 서면 조사를 실시했고 총 3275건의 게재기사를 분석했다고 했다.

서면조사 결과는 '높은 기술력'이 강점으로, '주인 없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약점으로 요약됐다. 게재된 기사는 150건이 긍정적이고 3056건이 중립적, 69건이 부정적이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이미지는 오너십이 부족하거나 도덕적 해이가 있다는데서 벗어나 세계 최고 기술력과 글로벌 기업이라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N사는 대우조선을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비교하면서 이들에 비해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가졌으니 앞으로는 '친환경 조선해양 글로벌 혁신리더'로 이미지를 굳혀야 한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이들이 60장의 보고서를 통해 내놓은 마지막 홍보 슬로건은 "B.E,S,T - World's Best Eco-friendly Shipbuilding Technology'로 귀결됐다.

남상태 전 사장은 이 보고서를 기초로 N사의 박모 사장에게 자신의 연임 기간 3년 동안 계약금 8억원, 매월 4000만원에 홍보대행을 맡겼다. 내부 정규직으로 꾸려진 홍보조직이 20여명이나 상주 근무하는데도 불구하고 평범한 보고서를 토대로 수십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이 계약은 후임 고재호 전 사장 때에도 월 단위 지급금액이 1000만원대로 줄어 지속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N사가 남상태 전 사장의 연임 기간과 고재호 전 사장의 재임기간 등 6년 동안 챙긴 대행비는 약 30억원이 넘는다"며 "N사의 홍보 업무는 언론기사를 요약해주는 수준이었고 딱 한 번 100억불 수출이 이뤄졌을 때 홍보실이 할 수 있는 선심성 국내 매체 광고대행을 맡은 것뿐이어서 실상 컨설팅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은 과대한 자금의 거래를 증빙할 억지 자료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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