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상황인데 실제로 이 장면을 본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황당해 할 것이다. 하지만 2년마다 우리는 비슷한 장면을 보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어김없이 '금'아닌 메달을 딴 선수들의 "죄송합니다"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값진 은메달'이나 '빛나는 3위'와 같은 표현은 어색한 느낌도 든다. 4년간 흘린 땀의 결실이 금메달만의 몫일까?
대회 전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10-10'(금 10개 이상, 종합 10위 이내)이었다. 종합순위는 금메달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금메달 수가 같으면 은메달 개수를, 그 다음에 동메달을 따진다.
많은 나라가 쓰는 이 방식은 사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 "올림픽을 통해 인류의 조화로운 발전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는 IOC는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상의 순위는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 등은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통상 총개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한다. 리우올림픽 홈페이지 순위표는 이 방식으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순위표'는 세계적인 기준이 없다. 그저 각자가 올림픽을 즐기는 법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한 웹사이트가 '제3의 방식'들을 대안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medalspercapita.com'은 인구수, GDP, 메달의 점수화(금 4점, 은 2점, 동 1점) 등 여러 조건에 따른 다양한 순위를 보여준다. 그레나다, 바하마, 자메이카 등이 상위권이다.
한국에선 다른 방식이 없을까. 전국체전은 조금 복잡한 점수제를 쓴다. 금·은·동에 가중치를 둬 가점을 주고 단체종목이면 점수를 더 준다. 메달을 못딴 선수들도 등수에 따라 점수를 받는다.
왜 이렇게 할까. 대한체육회는 여러 종목의 고른 발전을 목적으로 내세운다. "메달만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지역별로 우수 선수가 있는 종목만 육성될 것"이란 얘기다.
금메달로의 '가치 쏠림'에 대한 반대 의견은 국가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더300' 보도에 따르면 스포츠 선수의 연금 지급 기준이 되는 평가점수는 올림픽 금 90점, 은 70점, 동 40점이다. 2011년까지 금 90점, 은 30점, 동 20점이던 것이 바뀐 것이다.
지난 18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이번 올림픽에서 실망스러웠던 장면' 2위에는 '메달 위주 또는 성차별적 방송'이 올랐다. 2년 뒤엔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모두가 즐기는 행사가 되길 바란다. 금메달 중심에서 벗어나 순위표에도 다양한 땀의 흔적이 담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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