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룡마을 주민 1400명, '개발 반대' 집단 탄원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6.08.21 06:02

주민 "전면수용 방식 안돼" vs 서울시 "특혜논란 소지 환지방식 불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사진=이재윤 기자
'강남의 판자촌' 구룡마을이 개발 방식을 둘러싸고 원주민과 서울시 간의 갈등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19일 서울시와 구룡마을거주민대책위 등에 따르면 구룡마을 주민 1400여 명과 토지주 50여 명 등은 지난 16일 전면 수용방식의 구룡마을 개발을 반대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시에 제출했다.

현재 구룡마을 거주민이 1800여 명인 것을 볼 때 전체 주민의 70% 이상이 시가 내세운 현 개발 방식을 거부하고 나선 셈이다.

구룡마을 주민들과 서울시 간의 갈등이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주민들은 전면 수용 대신 환지방식으로 개발을 추진한 뒤 거주민 재정착을 위해 분양아파트 공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시는 개발이익 사유화는 또 다른 특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전면 수용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환지방식은 사업시행자가 토지를 수용해 개발한 뒤 개발한 토지 일부를 다시 원래 토지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거주민과 토지주들은 탄원서를 통해 △공익적 필요성이 없는 강제수용 반대 △정비방식 결정을 위한 공개토론회 개최 △거주민 재정착을 위한 분양아파트 공급 △투지주의 손해 보상을 위해 수용 대신 환지 공급 등을 요구했다.

반면 시는 지난 4월 발표한 '구룡마을 개발계획안'을 통해 구룡마을 토지를 SH공사가 전면 수용한 뒤 이 곳에 영구·국민임대주택과 일반분양 아파트 등 공동주택 2692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1980년대 도시개발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모여 무허가 판잣집을 만들면서 강남구 개포동 일대 26만6304㎡에 형성된 구룡마을은 지난 2012년 개발계획이 수립될 때만 해도 수용방식과 환지방식을 혼합한 혼용방식이 유력했다. 토지수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주민 갈등을 줄이고 시의 초기 투자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강남구가 환지방식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강남구는 일부 환지방식으로 개발하면 지분쪼개기 편법을 통해 토지를 소유한 투기세력들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을 앞세워 서울시의 혼용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강남구는 일부 투기꾼들에게 개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전면 수용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팽팽히 맞서면서 구룡마을 개발은 거듭 미뤄졌고 구룡마을의 주거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졌다. 판잣집들이 빼곡히 들어찬 구룡마을은 사실상 화재나 재해에 무방비 상태였다.

끝내 지난 2014년 11월 구룡마을에 우려하던 대형화재가 발생하면서 개발방식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조속한 사업 추진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서울시가 한발 물러서 강남구의 전면 수용 개발방식을 받아들인 것.

결국 피해는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수용방식 공익사업의 경우, 토지보상법, 도시개발법, 서울시 철거민 특별공급규칙 등 관련 규정 어디에도 철거민에게 분양주택을 공급할 근거는 없다.

구룡마을거주민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초기 환지혼용방식으로 개발이 결정됐을 때는 땅이 없는 거주민들도 분양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수용방식으로 바뀌면서 이런 기회가 아예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미 개발방식이 확정된 만큼 환지방식으로의 전환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구룡마을은 원래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자연녹지지역으로 판자촌만 없었다면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는 지역"이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인데 규정에도 없는 분양권 등 특혜를 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구룡마을 개발계획은 주민공람을 거친 뒤 현재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첫 심의에서는 계획을 더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보류 조치됐다. 시 관계자는 "탄원서가 접수 됐더라도 개발계획의 큰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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