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J, 살 국채가 없다…자산매입 프로그램 위기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6.08.18 08:11

대형은행 국채 보유량 담보 기준 근접 국채 더 못 팔아

일본은행(BOJ)의 국채 매입 행보가 벽에 부닥쳤다. 대형은행들이 BOJ에 팔 수 있는 국채가 거의 동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8일 이런 이유로 BOJ의 입장이 난처해졌다고 보도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리는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부터 이른바 2차원 완화를 시작했다. 양적질적 완화라고도 하는 2차원 완화는 국채를 중심으로 여러 자산(질적)을 대거(질적) 매입해 시중에 돈을 풀며 금리하락을 유도하는 부양책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약인 '디플레이션 탈출'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채 매입 규모는 원래 연간 60조-70조엔이었는데 2014년 10월에 연간 80조엔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BOJ가 매입할 국채를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BOJ의 주요 국채 매입처인 은행들이 더 이상 물량을 내놓을 수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일본 은행들이 중앙은행이나 은행간 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려면 일정액 이상의 국채를 담보로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국채를 대거 파는 바람에 남은 국채 보유량이 담보 기준에 가까워진 것이다.

일본 주요 대형은행 국채 보유액 추이(조엔, 유초은행·미쓰비시도쿄UFJ·미즈호·미쓰이스미토모 순)/그래프=블룸버그
일본우정의 은행 자회사인 유초은행과 일본 3대 메가뱅크로 불리는 미쓰비시도쿄UFJ·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의 일본 국채 보유액은 6월 말 현재 114조엔으로 BOJ의 2차원 완화 이전인 2013년 3월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블룸버그는 3대 은행의 경우 일본 국채 보유액을 더 줄이면 담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의 경우 담보 요건을 충족하려면 국채를 15조엔어치 이상 갖고 있어야 하는데 6월 말 현재 보유액이 26조8000억엔에 불과하다. 2013년 3월에 비해 역시 절반가량 줄었다. 미즈호는 10조5000억엔 규모인 국채 보유분을 더 이상 줄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오사키 스이치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 수석 채권 투자전략가는 "BOJ가 연간 80조엔씩 국채 보유액을 늘리는 데 있어 첫 기항지는 시중은행"이라며 "은행들이 국채를 더 줄일 수 있는 여지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는 자산매입이 아직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고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도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구로다 총재에겐 기꺼이 국채를 팔 사람을 찾는 게 골칫거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BOJ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다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BOJ의 기록적인 자산매입에 따른 부작용도 크다. BOJ가 2차원 완화로 시중에 풀린 국채의 3분의 1 이상을 흡수하면서 유동성이 소진된 일본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게 대표적이다. 국채 거래량이 급감하자 시장이 기능을 상실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일본 금융권의 국채 거래액은 지난 5월 10조1000억엔으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싱크탱크인 NLI리서치의 야지마 야스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살 수 있는 국채 물량이 바닥나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보험사나 연기금을 통해 더 높은 가격에 국채를 매입할 수 있겠지만 재원이 한정돼 국채 매입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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