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을 이룰까, 아이들의 꿈을 이어줄까”

머니투데이 제천(충북)=김고금평 기자 | 2016.08.15 08:00

[제천에서 만난 보석영화들] ①개막작 ‘바이올린 티처’…더 현실적인 선생님과 아이들의 음악적 ‘교감’


음악은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휴짓조각에 불과하지만, 관심이 있다면 가장 큰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더 이상 생활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빈민가 아이에게 음악이라는 사치를 안겨줬을 때도 이들의 삶은 바뀔 수 있을까.

브라질판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바이올린 티처’는 그런 작은 희망을 음악을 통해 얘기한다.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인 이 작품은 빈민가라는 현실과 클래식 음악이라는 이상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통해 음악이 지닌 질기고 강한 힘을 드러낸다.

바이올리니스트 라에르트는 유명한 오케스트라 OSESP 단원이 되기 위해 수년간 준비한 뒤 오디션을 치르지만 긴장한 나머지 결국 연주에 실패한다. 가난한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는 상파울루의 가장 크고 위험한 슬럼가인 헬리오폴리스의 공립 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일하는 것.

이후의 줄거리는 ‘엘 시스테마’ 류 이야기 전개와 비슷하다. 이 작품은 그러나 유능한 음악가의 꿈과 아이들의 꿈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롭게 느끼는 조화의 힘을 계속 끌고 가야할지, 아니면 다시는 얻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오디션 기회가 찾아왔을 때 모든 걸 포기하고 단 한 번의 기회에 전념해야 할지 ‘선생님’은 선택해야한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주인공이 퇴근 무렵 만난 불량배들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요구받을 때다. 오디션 때 긴장으로 연주하지 못했던 그 곡을 주인공은 모든 혼을 쏟아내듯 연주한다. 속주와 깊이, 스토리가 흐르는 이 2분 남짓한 연주는 감동 그 자체다.

학생들이 쏟아내는 ‘막말’은 실제 풍경을 보는 듯 현실적이다. 생동감의 원천은 출연 학생들이 실제 빈민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캐스팅된 후 1년간 악기 훈련까지 받았다. 극 영화지만, 실제론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빈민가에서 꾸려진 헬리오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모델로 한 이 영화는 현재 브라질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회프로젝트로 손꼽힌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은 “‘엘 시스테마’의 이상적 결말보다 더 현실적인 결말을 원해 출연 학생이나, 선생님의 선택이나 모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이 아이들로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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