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들 AI기업 '싹쓸이'… 한국은 '썰렁'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 2016.08.25 08:53

MS·애플·인텔 등 글로벌 공룡들 AI 스타트업 인수 열풍… 한국은 삼성 제외 M&A 부진

애플, 인텔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인수 및 피인수 흐름에서 배제돼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AI 생태계 조성 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플·인텔 등 AI스타트업 인수전…2011년 이후 M&A 31건 성사=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자동화된 스케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지니’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S는 올해 초 AI기반 키보드앱을 만드는 스위프트키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 6월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31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세계 최초의 구인·구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링크드인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룡들의 먹이 사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벤처 캐피털 전문 리서치펌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2011년 이후 AI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된 사례는 최근까지 31건에 달한다. MS를 비롯 구글, 야후, IBM, 세일즈포스, 애플 등이 인수자 명단에 올랐다.

구글은 더 적극적이다. 2013년 AI 전문가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가 세운 DNN리서치를 인수한 이래 지금까지 9개의 AI스타트업을 사들였다. 2014년 한 해 동안 AI 솔루션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를 비롯 스타트업 4곳을, 올해에는 프랑스 AI기술 스타트업 무드스톡을 사들였다.

2010년 시리를 인수하며 AI에 본격 뛰어든 애플은 올해 초 AI관련 스타트업 이모션트를 인수한데 이어 이달 AI스타트업 투리를 2억달러에 인수했다. 인텔은 이달 초 AI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너바나시스템즈를 인수한다고 알려왔다.


◇인수전 관심 없는 韓…민간주도 연구소 실효성 있을까=국내 분위기는 해외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국내 기업들이 AI스타트업을 인수한 사례로는 삼성전자 정도가 꼽힌다. 2014년 AI스타트업 킨진에 투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로봇개발 벤처업체 지보와 비카리우스에 각각 2000만달러씩 투자했다.

5년여 전부터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삼성은 CB인사이트가 꼽은 AI업체 M&A를 활발히 한 기업 4위에 올라있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력 확보를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 혼자만의 활약으론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속도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해외 기업들은 스타트업 기술을 곧바로 상품에 적용해 더 큰 부가가치를 발 빠르게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우리 기업들은 속도전에서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M&A에 소극적인 국내 풍토도 발목을 잡고 있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스타트업을 인수할 때 단순히 돈을 주고 사는 개념이 아니라 업체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한국 기업문화는 그렇지 못하다”며 “M&A 경험의 유무가 경쟁 속도의 차이를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7개 기업이 출자해 만든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을 토대로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상 정부 기획 하에 만들어져 기업의 동기 부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인사는 “해외를 봐도 AI 연구는 학계에서 먼저 시작해 업계로 번지는 구조로 가는 게 좋다”며 “AI분야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쌓기 위해선 장기간 AI에 대해 고민해 온 실력자를 양산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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