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브랜드만 200개…'제주에서 백두까지' 물전쟁 뜨겁다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6.08.11 03:30

[생수시장 20년]2020년 1조 시장으로 성장 전망…'삼다수-백산수-아이시스' 3파전

1980년대 국내 초·중·고교에는 이른바 '물당번'이 있었다. 당번이 교실 주전자에 수돗물이나 보리차·옥수수차를 받아오면 함께 나눠 마셨다.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운동장 수돗가에서 물을 틀어 놓고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머지않아 물을 사서 마시는 시대가 올거다"라는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대동강 물까지 팔았다는 '봉이 김선달' 일화 때문이었을까. 물을 사 먹는 건 쓸데없고, 어리석은 소비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내에서 생수가 처음 판매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때다. 경기에 참가하는 외국 선수들을 위해 생수를 제조해 팔았다. 하지만 정부는 올림픽이 끝난 뒤 생수 판매를 다시 금지했다. 빈부격차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마실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수돗물 정책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생수 업체들의 반발과 국민 권리를 침해한다는 여론이 맞물려 생수 판매금지 제도는 헌법재판소까지 올라가 시비를 가렸다. 결국 1995년 '먹는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생수 판매가 재개됐다.

물을 사먹는 시대가 열린 지 20년이 됐다.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한 시장은 2000년 1500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7000억원을 돌파해 2020년에는 1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생수시장이 고속 성장하면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청정 수원지를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신제품 론칭, 물량 공세, 가격 할인 등 마케팅 전쟁이 한창이다.

◇'제주에서 백두까지'…생수 브랜드 200개 춘추전국시대=환경부 '먹는샘물 제조업체 허가현황'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국내에서 생수를 제조하는 업체는 62개다. 제조업체의 70%는 1990년대 생수 판매 규제가 풀린 직후 허가를 받아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2010년 이후 허가받은 신생업체는 10% 정도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6곳으로 가장 많고 경남(11곳), 강원(8곳), 충남(7곳) 등이 뒤를 잇는다. 1일 취수허용 규모가 큰 수원지는 경기 포천·연천, 충북 청원, 충남 천안, 강원 평창, 경북 산청, 제주 조천 등이다.

생수 브랜드는 200개도 넘는다. 수원지가 한정되다 보니 한 생수 공장에서 자체 브랜드(PB)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결국 같은 수원지에서 포장과 라벨만 바꾼 생수 제품들이 나오는 셈이다.

경기 포천의 한 수원지에서 '롯데 아이시스'와 '풀무원 샘물', '하이트진로 석수' 등이 동시에 생산된다. 강원 평창에서는 '해태htb 강원평창수'와 '이마트 봉평샘물', '코카콜라 휘오순수' 등이 나온다.

한 업체가 다양한 생수 브랜드를 론칭해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 외에 '한라수', '제주식스틴' 등을 내놓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아이시스8.0', '지리산 산청수', '평화공원 산림수' 등 멀티 브랜드 전략을 펴고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도 물 전쟁에 가세했다. 이마트는 '이마트e블루'와 '봉평샘물', 홈플러스는 '맑은샘물', 롯데마트는 '초이스엘' 등 PB 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CU는 '헤이루 미네랄워터', GS25는 '함박웃음 맑은샘물', 세븐일레븐은 '깊은산속 옹달샘물'를 판다. 자체 브랜드 생수를 선보이는 호텔과 항공사도 있다. 호텔신라와 웨스틴조선, 메리어트, 르네상스, 리츠칼튼 등이 투숙객에게 자체 생수를 제공한다. 대한항공과 파라다이스 카지노도 자체 브랜드 라벨을 붙인 PB 생수를 준다.


◇"삼다수 게 섯거라"…농심·롯데칠성 등 불꽃 경쟁=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생수는 제주삼다수다. 시장 점유율이 40%를 웃도는 부동의 1위 브랜드다. 삼다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위탁판매를 관리하는데 판권계약을 통해 편의점·슈퍼마켓 유통을 민간기업에 맡긴다. 농심이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브랜드 론칭·영업·마케팅을 맡아 독점 판매했다. 현재는 광동제약이 유통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와 광동제약의 계약이 올해 말 끝나는데 식품 회사들이 입찰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다수 입찰권을 손에 넣으면 단숨에 생수시장 1위로 도약할 수 있다"며 "2012년 입찰 때도 광동제약뿐 아니라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아워홈, 남양유업, 웅진식품, 샘표 등 다수 업체가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농심 백산수와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8.0, 해태htb 강원평창수 등이 2~4위권이다. 농심은 삼다수 사업권을 놓친 후 자체브랜드 사업을 본격화해 3년 만에 백산수를 2위 자리에 올려놨다. 매년 30~40% 성장세를 지속해 올해는 상반기에만 매출 220억원을 넘었다. '백두산 자연용출수'로 만든 생수라는 점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업계 1위인 '한라산물' 삼다수와 경쟁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은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농심의 물 사업을 주도해 온 신춘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원 부회장이 좋은 수원지를 찾으려고 지리산, 울릉도는 물론 프랑스, 미국 하와이까지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칠성은 점유율 5%대 중반인 3위 브랜드 아이시스8.0 외에 아이시스, 지리산 산청수, 평화공원 산림수 등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 중인데 이들 제품 점유율을 합하면 10% 가까이 된다. 해태htb 강원평창수는 4%대다. 이밖에 하이트진로·풀무원·동원 등 1% 안팎 생수 브랜드가 즐비하다.

◇"中·美까지 간다" 해외시장도 눈독…수입생수 영향력은 미미=국내 생수의 해외 수출물량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생수는 13개국에 888만 달러 규모가 수출됐다. 이는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중국, 미국 등지로의 수출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판로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농심이다. 중국 백두산에 백산수 공장을 짓고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제주 삼다수도 중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생수 시장이 성장한 배경은 웰빙 열풍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유통업체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배송 전쟁도 생수 시장을 키우는데 한몫 했다. 클릭만 하면 무거운 생수를 집까지 배달해주는 쇼핑 환경이 구축되면서 생수 매출이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 물 소비량이 많지 않은 1~2인 가구의 경우 정수기 렌탈보다 생수를 사 먹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생수 열풍을 타고 에비앙, 볼빅, 피지워터 등 해외 프리미엄 생수 수입이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상황이다. CU 관계자는 "생수는 가격 저항력이 큰 상품군이어서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다"며 "전체 생수 매출에서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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