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보이지 않는' 보복에도 우리는 피멍들었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6.08.07 09:00

[행동재무학]<150>돈 빼는 기관 vs 더 사는 개인…공포와 탐욕 사이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달 8일 정부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이 발표됐을 때 시장에서 가장 우려했던 건 바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 결정 발표 당일 곧바로 성명을 내고 반대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했고 중국 언론들은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으며 반대 여론을 자극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는 금방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여가 흘러갔다.

그 사이 중국 정부가 한국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중국 내 방영을 금지하거나 한국 연예인 활동을 중단시킬 것이라는 등의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심지어 지난 4일 중국 인터넷에는 CCTV 방송 자막을 조작해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이 금지될 것이라는 자막을 입힌 합성 사진이 올라오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한 중국이 한국 화장품 수입을 제한하는 비관세 장벽을 높여 국내 화장품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우려도 끊이질 않았다.

이처럼 온갖 루머와 괴담, 우려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중국 정부로부터는 어떠한 공식적인 경제제재 조치가 나오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통들은 중국이 한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초래하는 직접적인 경제제재 조치는 취하지 않을 거라 말한다. 그리고 만약 제재 조치를 취하더라도 구두나 유선으로 내리지 결코 표면적으로 공식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한다.

대신 중국은 '보이지 않는' 제재를 통해 한국에 고통을 가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내 엔터주와 화장품주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보복으로 한 달도 안 돼 피멍이 들고 있다.

대표 엔터주인 에스엠의 주가는 한 달새 무려 27%나 폭락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이 기간 19%나 떨어졌고 JYP Ent.는 20% 급락했다.

시가총액을 보면, 에스엠은 한 달새 무려 2230억원이 사라졌고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669억원, JYP는 409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화장품주도 피해를 보기는 매한가지다. LG생활건강은 한 달새 주가가 22%나 떨어졌고 시가총액 4조764억원이 물거품으로 날아갔다. 아모레퍼시픽도 주가가 18% 추락해 4조5598억원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엔터·화장품주 투자자들은 중국의 공식적인 경제제재 보복이 없었는데도 한 달새 이미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이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공식적인 경제 제재 조치를 내리지 않고도 한국에 충분히 크나큰 고통을 안겨다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특히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제재’만으로도 그 피해가 클 수 있다.

‘공포’(fear), ‘탐욕’(greed), 그리고 ‘떼짓기’(herding)


피터 말룩(Peter Mallouk)은 그의 저서 『The 5 Mistakes Every Investor Makes and How to Avoid Them: Getting Investing Right』에서 '공포'와 '탐욕'을 인간의 가장 추악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본성이라고 말한다.

거기다 '떼지어 다니는' 습성이 더해져 주식투자에서 많은 실수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보이지 않는’ 제재를 통해 우리 주식시장에 공포를 야기하고 있다. 우리 투자자들은 중국의 공식적인 보복 조치는 없었지만 그에 대한 우려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에 휩싸여 있다.

특히 기관들이 가장 공포에 질려 있다. 기관들은 중국 관련주들에서 지난 한 달동안 서둘러 돈을 빼고 있다.

기관은 에스엠 주식 160만주 이상을 한 달새 팔아치웠고 와이지엔터테인먼트JYP Ent.도 각각 104만주, 77만주 넘게 급하게 처분했다.

LG생활건강은 21만주 이상을 줄였다.

하지만 개미들은 기관이 일제히 돈을 빼는 엔터·화장품주를 오히려 대거 매집하고 있다. 개미들은 에스엠 주식을 150만주 이상 사들이고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JYP도 각각 110만주와 38만주 이상씩 거둬들였다.

아모레퍼시픽은 34만주 넘게 추가 매수했고 LG생활건강도 18만주 이상 순매수했다.

개미들은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을 ‘기회’(opportunity)와 ‘선물’(gift)로 삼는 모양이다.

이 시대 최고의 주식투자자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라 (Be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라고 말했듯이, 지금 개미들은 기관이 공포에 사로잡혀 주식을 마구 내던질 때 오히려 주식을 쓸어 담으며 맘껏 욕심을 부리고 있는 모양새다.

과연 누가 이길까? 누가 더 현명한 투자자일까?

중국의 '보이지 않는' 보복에 공포에 질려 마구 엔터·화장품주를 내던지는 기관과 오히려 주가하락을 기회로 보고 주워담는 개미들간의 싸움이 볼 만하다. 중국의 보복을 피하지 않고 역이용하는 개미들의 투지가 대단하다.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니고 그저 하루는 기관을 따라서 주식을 팔았다가 또 다른 날은 반대로 개미들을 좇아 주식을 매집하는 사람들이 걱정이다. 이들은 그날그날 힘이 센 무리를 찾아 쫓아다닌다.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이 싸움에서 가장 먼저 패자가 될 텐데 말이다.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이지 않는' 경제제재를 극복하는 현명한 투자전략은 공포를 이기고(control the fear), 탐욕을 부리지 말고(control the greed), 무리에 휩쓸리지 않는(avoid the herd)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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