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갤노트7 발표회와 창의축전이 다른 점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6.08.07 14:31
'제20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체험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사진=한국과학창의재단

지난 3일 미국 뉴욕서 개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공개 행사와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하 창의축전). 두 행사 모두 공들인 R&D(연구·개발) 기술과 제품을 한껏 뽐내는 무대다. 하지만 삼성 행사엔 수십여명의 핵심 기술진이 총출동한 반면, 창의축전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시 및 체험부스엔 학부모와 어린이들이 콩나물시루처럼 가득한데 정작 부스의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단기 대학생 아르바이트이거나 출연연의 말단 행정직원들이다.

자율주행자동차와 드론(무인기),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경제 패러다임이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란 뉴스가 연신 쏟아진다. 미래기술 체험장에선 변호사, 의사 등 대부분의 직업들이 사라질 거라는데 아이에게 어떤 꿈을 품게 하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하지만 현장엔 이런 고민을 나누고 답할 과학자가 없다. 35℃가 넘는 뙤약볕에도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박에 없다.


최신 기술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이 행사에는 3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다. 출연연 연구진들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필요한 연구가 뭔지 탐색해보는 기회로 삼는다면 이 전시회의 가치가 몇 배로 높아질 수 있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이용자들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살펴보는 테스트 베드로도 활용할만하다.


이번 행사에선 우리나라 과학문화 대중화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과학자의 평가는 논문·특허 등 정량적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대중화 활동이 이력에는 도움이 안 되고 방해만 된다는 생각의 연구자들이 적지 않다. 과학자들이 대중화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어디에도 가족들이 모두 올 정도의 대규모 과학전시이벤트가 없다”며 “창의축전 기간만큼은 모든 출연연이 문을 닫고, 소속 연구자들이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과 관람객을 맞아야 하는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최고의 명예일 뿐 아니라 무려 3억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의 수상자 이름을 행사기간 대중 강연회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한 만큼, 앞으로 제가 받은 지원을 모두 국민께 돌려주도록 과학 대중화에도 힘쓰겠다"던 수상소감이 공허하다.

창의축전이 벌써 20회를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올해 성년이다. 지난 행사를 되돌아보고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10년, 20년 후 창의축전이 맡아야 할 몫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재설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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