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관람하다 고음불가 노래나와도 놀라지 마세요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16.08.07 07:59

[작가&작가] <10> 고재욱 '다이 포'…"주목받고싶은 젊은이들의 외로움 표현"

편집자주 |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고재욱이 노래방을 모티브로 제작한 설치 작품, '다이 포-유 캔 싱 벗 유 캔 낫'(Die for - You can sing but you can not)에 들어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고재욱

고즈넉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적을 찢을 노래방이 만들어진다면? 더군다나 관람객 누구나 노래를 부르고, 이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져 또 다른 관람객이 듣게 된다. 작품 감상을 위해 말소리도 줄여야 할 것 같은 미술관에 가로 2.0m, 세로 2.0m, 높이 2.0m 노래방 부스가 설치된다니. 하지만 이 노래방은 엄연히 ‘작품’이다.

‘~을 위해 죽다’는 뜻의 ‘다이 포’(Die for)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오는 1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 전시된다. 같은 크기의 부스 3개가 설치되는데, 이 중 한 곳에 선곡 가능한 반주 기계를 넣는다. 이를 통해 각 부스 관객이 합창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는 고재욱(33) 현대미술작가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홍대 인근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유일한 오락실인 ‘게임랜드’의 노래방 부스에서 작품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르는 이 작은 공간에 깃든 외로움에 주목했다. 일부러 부스 문을 살짝 열어놓고 절창을 뽐내는 이용자들을 보면서다.

“대놓고 원한다고 표현하진 않지만, 누군가 자기를 주목해주기를 원했던 거지요. 그런 쓸쓸한 심리가 우리에게 있어요.”

고재욱은 외로움이나 사랑 같은 감정에 주목한다. 젊은이들의 감정을 담아 낭만과 서글픔이 교차하는 느낌으로 작품을 구상한다.

2013년부터 노래방 부스를 모티브로 선보인 설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별노래의 반주가 흘러나오는 반투명 유리 노래방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이 노래를 부른 것이 시작이다.

“경제적 이유로 사귀던 애인과 헤어졌어요. 그때 애인과 재회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장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고재욱이 노래방을 모티브로 제작한 설치 작품인 '가라오케 하우스'(KARAOKE HOUSE). /사진제공=고재욱

고재욱은 조그만 방을 만들어 연인들에게 대실 해주는 ‘렌터블 하우스’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갈 곳 없는 청춘 남녀들로 이 방이 늘 붐볐다.

동료 작가인 백정기(35)는 고재욱에 대해 “‘88만원 세대’의 고충과 그 안에 숨겨진 나름의 낭만을 작품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88만원 세대’의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정서가 묻어난 고재욱의 작품은 세대를 넘어선 파급력도 발휘했다.

“노래방 작품을 정식 미술 전시 공간 같지 않은 야외에서 선보였는데요. 연세 많은 분이 열창하고 가시더라고요.”

‘다이 포’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현대무용단이 공동 기획한 ‘2016 다원예술 프로젝트’(제목 ‘국립현대미술관 x 국립현대무용단 퍼포먼스: 예기치 않은’) 출품작이다. 퍼포먼스, 설치, 영상, 안무, 시(詩)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조화롭게 다룬다.

고재욱을 비롯해 총 13인(팀)이 참여한다. 전시 기간은 오는 17일부터 10월 23일까지로 고재욱은 17~21일 ‘다이 포’를 선보인다. 그는 네이버문화재단의 시각예술 창작자 지원사업인 ‘헬로!아티스트 아트 어라운드'에 선정돼 10월 개인전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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