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포켓몬 고의 교훈

머니투데이 송정렬 중견중소기업부장 | 2016.08.05 05:00

[송정렬의 Echo]

#증강현실(AR) 모바일게임인 ‘포켓몬 고(GO)’의 전 세계적인 열풍 소식을 접하고 처음 머릿속에 떠오른 건 생뚱맞게 5년전 카카오(당시 카카오톡)의 굴욕(?)이었다.

2010년 11월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정부와 머니투데이가 손잡고 그해 첫 제정한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 시상식이 열렸다. 당연히 최대 관심사는 어떤 애플리케이션이 대상의 영광을 차지할지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강력한 대상 후보였던 카카오가 2등인 우수상을 받는 이변이 연출됐다. 국내 모바일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학계, 업계, 사용자모임의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까막눈이었을까. 오늘날 3800만명의 사용자와 시가총액 6조원대를 자랑하는 최고의 모바일 기업으로 성장할 그런 ‘떡잎’을 알아보지 못했다니 말이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성공요소를 두루 갖췄지만 일반 메신저앱이었던 카카오보다는 무명의 스타트업이 만든 앱이 보여준 기술성과 독창성에 더 후한 점수를 줬다. 미완의 대기들이 보여주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한국이 앱을 넘어 모바일 생태계를 주도하는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상을 제정한 취지에도 맞는다는 이유에서였다.

7명의 젊은이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키위플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오브제’는 카메라로 보는 화면위에 다양한 정보를 결합해 보여주는 AR기술에 위치기반서비스(LBS)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까지 접목했다. 포켓몬 고를 통해 다시 주목을 받은 그 기술이다.

‘포켓몬 고’ 열풍은 거셌다. 서비스지역이 아닌 우리나라도 뒤흔들었다. 우연 혹은 기술적 실수(?) 덕택에 포켓몬이 출몰한 속초는 전국에서 몰려든 열혈 포켓몬 트레이너들로 난리가 났다. 속초행을 고집하는 자녀들로 인해 맘고생을 해야했던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포켓몬 고의 성공을 바라보는 국내 산업계의 마음은 착잡했다. 여기저기서 탄식도 쏟아졌다. ‘우린 왜 포켓몬 고를 못만들었나’ ‘AR는 우리도 한참 전에 선보였던 기술인데’ 등등.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사회에서 으레 반복되는 그 반응기제가 또다시 작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얼마전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인공지능 알파고 쇼크 때로 잠깐 돌아가보자. 1. (인공지능)으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인다. 2. (인공지능)이 사람계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을 꺾을 정도인데 우리 기업은, 정부는 도대체 뭘하고 있었냐는 비판과 질타가 쏟아진다. 3. 이쯤에서 기다렸다는 듯 정부부처가 나선다. 4. (인공지능)분야에 언제까지 얼마를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산업을 어느 규모까지 성장시키겠다는 정말 야심찬 정부정책이 뚝딱 제시된다. 5. 그 이후 거짓말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급속히 사라진다. 심지어 ‘알파고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튀어나올 정도로. ( )에 어떤 혁신적인 기술이나 상품서비스를 넣어도 되풀이되는 패턴이다.

그나마 포켓몬 고 열풍이 최근 다소 주춤하면서 ‘한국형 포켓몬 고’를 만들겠다는 둥, AR산업 육성계획을 세우겠다는 식의 소리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사실 포켓몬 고 성공의 토대는 올해로 스무살이 된 포켓몬이 가진 콘텐츠와 스토리의 힘이다. AR기술은 그 힘을 증폭시키는 ‘뇌관’ 역할을 했을 뿐이다.

닌텐도가 포켓몬스터라는 특수생명체가 등장하는 어린이용 롤플레잉게임을 내놓은 것이 1995년이다. 벌써 20년 전이다. 포켓몬은 이후 만화, TV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상품 등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으로 나와, 전세계 어린이를 사로잡고 어른 마니아층을 만들었다. AR기술을 통해 내가 사는 현실 세상에서도 포켓몬 사냥을 가능케 함으로서 그 20년 세월동안 축적한 팬심을 다시금 폭발시킨 게 포켓몬 고의 대박의 법칙이다.

오랜만에 키위플 신의현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술적으로는 얼마든 만들 수 있죠. 결국 콘텐츠와 스토리의 문제죠. 우리가 너무 앞서 나갔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새 게임회사에서 전화가 많이 와요.“ 키위플은 아직 잘 버티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비록 퀄컴에서 투자를 받는 등 잘나가던 시절에 비해 직원수는 절반으로 줄고, 오브제 가입자수도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세상 최고의 AR앱을 만들겠다는 그 꿈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 포켓몬 고가 우리에게 주는 진짜 교훈은 어떤 콘텐츠나 기술이 성공의 꽃망울을 터뜨리려면 그 임계점을 돌파할 때까지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투자와 반짝 관심으로 성공의 씨앗을 심을 순 없다. 제대로 밥이 익을 수가 없다. 그 대상이 뽀로로, 폴리, 터닝메카드 등 토종 캐릭터든, ‘오브제’ 등 국산 AR 기술이든 말이다.

신 대표가 통화를 마치면서 건낸 마지막 말은 이랬다. ”(이 관심이) 또 유행처럼 지나가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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