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우리가 만물의 오고 가는 곳을 알고 산다면 또 만사의 진원지와 끝을 알고 산다면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할 수 없을 터이다. 모든 존재라는 것들이 그렇지 않은가. 배롱나무에 자귀꽃이 피지 않고 자미화가 피었으니 백일홍인 거다. 배롱나무는 어찌하여 배롱나무이고 자귀나무는 어찌하여 자귀나무가 되었는지 다 알지 못할 뿐 아니라 다 알 필요도 없다. 그저 모든 것은 맑음과 흐림 사이를 내통하는 과정이거나 더위와 추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이 인세의 부침이 많아지는 것, 그게 생이다.
그렇기에 명창의 정조는 ‘고락’에 기본 한다. 그래야만 소리가 육화되고 그 소리는 때로 ‘실없’이 부채질하듯 우리네 세월의 고락을 해학으로 넘기게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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