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200명 농성에 경찰 1600명 투입…'과잉대응' 논란

뉴스1 제공  | 2016.07.31 17:10

총학생회 "평화 시위 중인 학생들 폭력적으로 끌어냈다"
경찰 "과잉대응 없었다"·학교 "학생 행위 도 넘었다"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박정환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이날 경찰의 ‘폭력 진압’ 의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7.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 30일 대학 정책에 반대하며 여학생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던 이화여자대학교에 1600여명의 경찰력이 투입된 것을 두고 경찰의 과잉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이화여대 본관 건물에서는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학생들의 집단 점거 농성이 이어져 온 상태였다.

학교 측은 28일 오후 2시 본관 소회의실에서 대학평의원회를 개최하고 '미래라이프대학' 신설과 관련한 학칙 개정안을 심의하려다 총학생회 등 학생들이 본관에 모여들면서 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또 이 과정에서 평의회 위원 6명이 회의장이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게 되면서 농성 사흘째인 30일 정오쯤 경찰은 학교 측의 요청에 따라 경력 21개 중대(약 1600명)를 투입해 약 1시간50분간 구조 활동을 한 바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교육부의 '평생 교육단과대학 지원사업'의 하나로 학교가 추진 중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있다.

학교 측은 특성화고 등 출신의 비정규직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사업을 확정할 시 지원받는 30억원의 금액이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단과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단과대학 설립이 학벌주의 조장과 전공 겹침 현상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 신설 전공이 산업수요에 맞춰져 대학이 단순 취업훈련소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육기관인 대학교 교정 내에 별다른 폭력 수단 없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여대생들을 상대로 총 8배가 넘는 경찰관을 투입해 작전을 벌인 데 대해 경찰이 투입된 것은 과잉대응이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당시 연행된 학생은 없었고, 안에 있던 사람을 구조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관이 학생들과 직접 대치를 벌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또 이같은 대응이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 확산을 조기에 잠재울 목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당시 본관에 학생 200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나 학교에 투입된 경력은 21개 중대(약 1600명)였다.

경찰직무집행법에는 '경찰관의 직권은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에 어긋날 정도로 많은 인원이 투입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0일 오후 이화여대에 투입된 경찰관들이 학생들과 본관에서 대치하고 있다. (이대학보사 제공) 2016.7.30/뉴스1 © News1 김일창 기자

이같은 논란에 대해 경찰 측은 과잉대응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날 1600명의 경찰관 가운데 학교 내에 직접적으로 투입된 것은 1000여명 정도로, 나머지는 학교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본관 건물 자체에는 여경 1개 중대를 포함해 모두 2개 중대, 2개 제대, 1개 팀이 투입돼 경찰 3개 중대(약 240명)에 못 미치는 숫자가 들어갔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 사태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우려된다면 경찰관을 유동적으로 배치한다"며 "사실상 건물 안에 들어간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서대문소방서에 따르면 현장에서 학생 13명이 병원에 실려갔고, 현장에서 7명이 응급조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화여대 학내에 경찰이 투입돼 농성을 하며 평화 시위 중인 이화인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학생들의 요구에 경찰로 폭력 진압한 학교본부를 규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30일 오후 12시에 최경희 총장이 직접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돌아온건 대규모 경찰관들이었다"며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이끌려 나가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감금된 교수와 직원들이 112와 119에 17차례 구조 요청을 했지만 학생들은 진입조차 차단한 채 도를 넘는 행위를 지속했다"며 "경찰관 투입 때 경찰에 학생들의 안전과 보호를 최대한 부탁하고 학생들의 연행은 금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학교 측은 "경찰에 공식 출동 요청을 한 적이 없다"고 일부 언론을 통해 주장했으나, 경찰에 2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고 경찰 투입 직전인 30일 오전 11시15분에는 총장이 직접 서대문경찰서 정보과장과 통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3. 3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