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오너일가와 금고지기의 운명은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 2016.07.31 09:30

[취재여담]조경민 전 오리온 사장, 오너일에 200억대 소송 제기한 배경에 의문 증폭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사장(왼쪽)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사진제공= 뉴스1
2011년 3월 검사와 수사관이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에 들이닥쳤습니다.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 담철곤 회장(61)과 이화경 부회장(60·여) 부부의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정황을 잡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3개월여 수사 끝에 담 회장을 구속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동시에 담 회장 일가의 '금고지기'로 불리며 횡령 전반에 관여한 조경민 당시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58)도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화경 부회장(당시 사장)은 남편이 구속됐고, 피해액을 그룹에 갚은 점을 고려해 '입건유예', 즉 선처를 받았습니다.

이듬해 4월 검찰은 한 번 더 오리온그룹 문을 두드립니다. 이번 타깃은 서울 논현동 스포츠토토 본사입니다. 혐의는 마찬가지로 '비자금 조성'. 담 회장과 조 전사장이 재판 중인 상황에서 말입니다. 2011년 수사에서 나왔을 법도 한데 말이죠.

첫 수사는 우리가 늘 봐오던 그룹 비자금 수사였습니다.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인 대응과 검찰의 돌파. 당사자들의 말맞추기를 비롯한 방어논리를 뚫기 위한 수사와 재판 등 드라마가 연출됐습니다.

두번째 수사는 사뭇 달랐습니다. 검찰은 스포츠토토 사장으로 일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조경민 전 사장과 그의 '집사' 노릇을 한 스포츠토토 부장 김모씨(46)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의아한 것은 '금고지기' 답지 않은 조 전사장 측의 태도였습니다. 보통 '금고지기'는 합법적인 돈부터 검은돈까지 관리하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오너 일가도 섭섭지 않게 대우하고, 설령 일이 잘 못되더라도 죄를 뒤집어쓸 정도로 '충성'(?)을 보이곤 했습니다.

당시 검찰이 살피던 혐의는 오리온그룹 계열사 임원들의 임금을 돌려받아 수십억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성한 비자금은 '롤렉스'와 '파텍필립' 등 고급시계와 고가의 그림, 와인을 사는 데 쓰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담 회장 부부를 위해 시계와 와인 등 고가품을 사들였다"고 진술했습니다. 담 회장이 새로 승진한 임원들에게 주는 축하선물로 쓰였다는 설도 돌았습니다. (이후 검찰과 법원은 조 전 사장이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혐의를 담 회장 내외에게 돌린 것입니다. 이 때문이었을까요. 두번째 수사 당시 서초동에는 '조경민 사장이 첫번째 수사 이후 담 회장 일가에게 퇴직금과 위로비 명목의 거액을 요구했으나, 이화경 부회장이 거절하고 되레 검찰에 진정을 넣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소문을 떠올리게 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번째 수사로 실형을 살고 나온 조경민 전 사장이 담 회장 부부를 상대로 200억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조 전사장은 "1992년 회사를 떠나려는 데 담 회장이 붙잡았다"며 "추후 회장 부부의 회사 지분 상승분 10%를 지급할 것으로 약속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받아야 할 돈이 1500억원이지만 일단 200억원만 청구한다는 내용입니다. 오리온그룹은 "확인되지 않은 조 전사장의 일방 주장"이라며 일축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일지, 오너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다 버림받은 금고지기의 복수일지. 4년 전 소문을 증명이나 하는 듯한 조 전사장의 공격이 나왔습니다. 판단은 법원의 손에 달렸습니다. 재판 소식은 잊지 않고 전하겠습니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