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유명 점쟁이가 보낸 레터 "주식 팔고 휴가 가라"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6.07.31 09:00

[행동재무학]<149>'8월 증시 하락' 뉴스레터(=점쟁이) 때문에 마음 흔들리는 투자자

편집자주 |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여름휴가 떠나기 전 주식을 팔아라. 8월에 증시 하락이 예상된다.”

8월 초 모처럼 여름휴가를 가려고 계획을 세우던 투자자 L씨에게 지난주 갑자기 ‘8월 증시 하락-주식 팔아라’를 권고하는 뉴스레터가 날아 왔습니다.

지난 10년간 매주 받아 왔고 또 이보다 더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레터도 받은 적이 많은 터라 L씨는 처음에 그냥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8월 증시 하락’이라는 제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면서 자꾸 신경이 쓰였습니다.

게다가 이 뉴스레터는 지난 수년간 미국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강세론자(bull)인 톰 리(Tom Lee)로부터 온 것이라 더욱 그랬습니다. 결국 L씨는 뉴스레터를 열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뉴스레터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8월 증시가 두렵다. 지난 2009년부터 미국 뉴욕증시는 8월에 S&P500지수가 평균 6% 하락했다.”

“지금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주식시장보다 더 심하다. 이럴 경우 과거 3번 중 2번은 꼭 그 다음달에 주식시장이 하락했다. 올 8월이 바로 그 달이다.”

“8월에 증시는 최대 3% 하락이 예상된다.”

“하지만 9월엔 증시가 다시 급반등할 것이다.”

뉴스레터를 받은 뒤 몇일 간 L씨의 마음이 심난했던 거에 비하면 그 내용은 별거 아니었습니다. 특히 ‘증시가 8월에 최대 3% 하락할 수 있다’는 문구는 L씨를 좀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고작 3% 하락 때문에 이런 난리를 치다니...’

사실 뉴스레터도 이 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조언을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장기투자자라면 8월에 아무것도 할 게 없다. 그러나 단타매매자라면 2~3%의 증시 하락은 무시할 게 못된다.”

다행히 L씨는 단기투자자가 아닙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2~3%의 주가 하락에 겁을 먹고 주식을 팔아치운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 정도의 하락은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고 공격적으로 더 주식을 매집하곤 했습니다.

따라서 L씨는 이번 증시레터를 그냥 무시해 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약한 게 사람의 마음이라고 일단 뉴스레터를 읽고 나니 L씨의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8월에 증시가 하락한다고??...휴가 가서 괜히 기분 망치는 거 아냐? 그냥 지금 주식을 팔아?’


결국 L씨는 주식을 팔고 8월 여름휴가를 떠날까요?

현재 L씨와 같이 정기적으로 주식관련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수십만명에 달합니다. 무료 뉴스레터도 있지만 좀 권위 있다는 뉴스레터는 비싼 구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들 뉴스레터는 주로 대박을 터뜨릴 종목을 미리 선정해 주거나 향후 증시 전망을 독자들에게 알려줍니다. 독자들은 높은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 뉴스레터에서 고급 정보와 전문가의 식견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딴판입니다.

1996년 듀크대학(Duke University)의 그레이험과 하비(Graham and Harvey) 교수는 1980~1992년 사이에 나온 총 237개의 주식관련 뉴스레터의 예측력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는 암울했습니다.

전체의 4분의3이 벤치마크인 시장수익률에 못 미치는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고 개중에는 연간 마이너스 14.8%의 손실을 낸 것도 있었습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연 평균 15.9%나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처참한 성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벤치마크 수익률을 초과한 4분의1의 뉴스레터도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한해 성적이 좋았던 뉴스레터가 그 다음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두 교수는 1년 후 좀 더 많은 샘플을 갖고 조사했는데 그 때도 똑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권위있는 '족집게' 뉴스레터를 따라 한다면 다른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요? 최고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지난 1980년부터 주식관련 뉴스레터의 예측력을 조사해온 마크 헐버트(Mark Hulbert)의 분석 결과를 보면 이러한 기대가 산산조각나고 맙니다. 최고의 뉴스레터도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헐버트의 분석에 따르면 1986년부터 매해 가장 최고의 성적을 낸 뉴스레터를 따라 주식투자를 했을 때 연 평균 31.4%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만 달러를 들고 매해 최고의 뉴스레터를 따라 주식투자를 했다면 16년 후에 손에 쥐는 건 고작 365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렇듯 지금껏 수많은 연구들이 주식관련 뉴스레터의 예측력에 형편없는 점수를 주고 있지만 아직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내고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이는 미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점쟁이에게 찾아가 점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점쟁이(=뉴스레터)에게 복채(=구독료)를 주지요.

L씨도 ‘보험’을 들었다 생각하고 지금껏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점쟁이(=뉴스레터)가 '8월에 증시가 하락한다'고 말하자 여름휴가를 앞둔 L씨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점쟁이의 말 때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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