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 울린 'BBB'의 화려한 선율…막오른 평창대관령음악제

머니투데이 평창(강원)=박다해 기자 | 2016.07.29 13:31

28일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 개막 공연…"브라보" 또는 숨 죽인 관객

28일 저녁 열린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저명연주가 시리즈' 공연.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로프친과 폴 황, 비올리스트 막심 리자노프, 첼리스트 지안 왕,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브루흐의 '피아노 5중주 G단조'를 선보였다.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 4명의 연주자가 보로딘의 '현악 4중주 2번 D장조' 마지막 음을 연주한 뒤 활을 떼는 순간 정명화·정경화 예술감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브라보"소리치며 호응을 보내는 것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의 마지막 곡인 브루흐의 '피아노 5중주 G단조'가 끝난 뒤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이번엔 공연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려는 듯 다른 관객의 박수와 호응이 더해졌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첼리스트 지안 왕,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로프친과 폴 황, 비올리스트 막심 리자노프는 몇 번이고 다시 무대에 나와서 관객의 커튼콜에 화답했다.

28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3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첫 '저명연주가시리즈' 공연 풍경이다. 음악제 주제인 'B·B·B자로'에 걸맞게 'B'로 시작하는 작곡가들의 음악이 무대를 채웠다.

핀란드 출신 하프시코드 연주자 아포 하키넨과 그가 이끄는 헬싱키 바로크 앙상블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D장조'를 선보였다.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무대를 연 주인공은 핀란드에서 온 하프시코드 연주자 아포 하키넨, 그리고 그가 이끄는 헬싱키 바로크 앙상블이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D장조'는 건반악기가 반주하는 역할을 넘어 처음 '독주'하는 역할로서 연주하는 곡이다. 하키넨은 1악장 독주에서 하프시코드의 음을 객석에 흩뿌리는 듯 매끄럽고 화려한 연주를 선보였다.

바이올리니스트 미하엘라 마틴과 이유라, 비올리스트 노부코 이마이, 첼리스트 프란스 헬머슨이 선보인 보로딘의 현악 4중주는 피치카토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곡이었다. 특히 첼로의 피치카토는 우아하면서도 음악의 입체적인 느낌을 살려냈다. 마지막 4악장에서 두 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비올라가 때론 대화를 나누듯, 때론 쫓고 쫓기듯 맞물리며 연주를 이어가자 객석도 숨죽여 집중했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은 메조 소프라노 모니카 그롭과 호흡을 맞췄다. 핀란드 출신의 그롭은 바로크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다양한 작품을 아우른다. 그는 이날 베를리오즈의 '여름밤' 가운데 '목가'와 '장미의 정령', '미지의 섬'을 노래했다. 그 어떤 악기보다 콘서트홀을 꽉 채운 그의 목소리는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는 말을 증명했다.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한국 초연인 백승완의 '고독'을 연주했다.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


단 하나의 악기로 콘서트홀을 꽉 채운 이는 또 있었다. 바로 비올리스트 박경민이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처음 찾은 그는 작곡가 백승완의 '고독' 독주를 선보였다. 한국 초연이다. 조금은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곡임에도 박경민의 무서운 집중력에 관객들도 숨을 죽였다. 그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다가도 마치 쇳소리를 내듯 강하게 긁는 음으로 몰아치며 인간의 고독한 본성을 표현해냈다.

등장부터 환호를 받은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지안 왕이 함께한 브루흐의 무대는 "역시"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했다. 경쾌하고 서정적인 선율을 오가다가도 파도가 몰아치는 듯 격정적인 음악을 선사했다. 다섯 악기가 어우러지는 연주에는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이날 공연은 6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정명화 예술감독은 공연이 끝난 뒤 "모든 작품(every piece) 하나하나가 정말 감동적이고 훌륭했다"며 이어지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아낌없이 표현했다.

'저명연주가시리즈'는 다음 달 7일까지 계속된다. 베토벤, 브람스, 보케리니, 바르토크, 부조니 등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을 세계 각 지에서 모인 뛰어난 연주가들의 연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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